
이번 전시는 제주 해녀의 삶과 문화, 공동체 정신을 조명한다. 해녀 문화를 단순한 생업의 역사로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여성의 강인함과 연대, 공동체의 가치를 깊이 있게 전한다.
전시는 관광학 박사인 박진희 큐레이터가 총괄 기획했다. 제주 해녀 문화의 역사적 가치와 공동체 정신을 현대적 시각으로 재조명한다.
제주 바다에는 특별한 소리가 있다. 거친 파도를 가르고 물 위로 올라온 해녀들이 내쉬는 숨비소리다. 단순히 숨을 내뱉는 소리가 아니다. 삶을 향한 의지이고,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는 신호이며, 공동체를 이어온 연대의 언어다.
제주 해녀는 오랜 세월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아왔다. 산소통 하나 없이 깊은 바다로 들어가 전복과 소라를 캐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다. 그러나 해녀를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뛰어난 잠수 기술이 아니다. 바로 ‘숨벗’이라는 공동체 정신이다.
‘숨벗’은 함께 숨 쉬는 벗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해녀들은 바다에 들어가면 경쟁자이면서 동료가 된다. 서로의 위치를 확인하고 위험을 살피며, 경험을 나누고 생명을 지킨다. 누군가 뒤처지면 기다려 주고, 힘든 일은 함께 견디며, 바다가 준 선물을 공동체와 나눈다. 그래서 해녀의 숨결은 결코 혼자가 아니다.
이러한 정신은 제주 바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대한민국이 걸어온 성장의 역사에도 같은 숨결이 흐른다.
전쟁의 폐허 위에서 오늘의 대한민국을 일궈낸 힘에는 이름 없이 살아온 수많은 여성의 헌신이 있었다. 새벽시장을 열던 어머니, 공장에서 밤늦도록 일하던 누이, 자녀 교육을 위해 자신의 꿈을 미뤄둔 어머니들. 그들의 땀과 인내는 대한민국 발전의 보이지 않는 뿌리가 됐다.
경제 성장과 산업화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흔히 거대 기업과 정치 지도자를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가족을 지키고 공동체를 돌보며 삶을 이어온 여성들의 강인한 생명력이 있었다. 어떤 어려움도 견뎌내고 다음 세대를 키워낸 이들의 힘이야말로 대한민국 발전의 숨은 원동력이었다.
제주 해녀는 바로 그 정신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해녀는 어머니이자 여성이고, 노동자이자 공동체의 리더다. 자신의 삶을 위해 바다에 들지만 끝내 공동체와 미래 세대를 위해 살아간다. 그래서 해녀 이야기는 제주만의 문화가 아니라 대한민국 여성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오늘날 세계는 제주 해녀 문화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인정한다. 잠수 기술 때문만은 아니다. 서로를 살리는 연대의 정신, 자연과 공존하는 지혜, 공동체를 위해 자신을 내어주는 삶의 철학이 인류가 함께 지켜야 할 가치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특히 브라질은 8천500㎞가 넘는 긴 해안선을 가진 나라다. 수많은 도시와 마을이 바다와 함께 성장해 왔고, 바다는 사람들의 삶과 문화, 경제를 잇는 중요한 공간이다. 그런 점에서 제주 해녀 문화는 브라질 사람들에게도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나 제주 해녀가 전하는 진정한 가치는 바다에서의 물질 기술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방식에 있다. 해녀들은 바다를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공존의 대상으로 바라봤고, 경쟁보다 협력을, 개인의 이익보다 공동체의 안전과 지속 가능성을 앞세워 왔다.
세계가 AI 시대를 맞아 점점 더 개인화되고 있지만, 제주 해녀의 ‘숨벗’ 정신은 혼자서는 오래 살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서로를 돌보고 경험을 나누며 위험을 함께 이겨내는 공동체의 힘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가장 소중한 자산이다.
브라질의 바다를 바라보며 제주 해녀를 만나는 이번 전시는 단순한 문화 교류를 넘어 한국이 지켜온 공동체 정신을 함께 배우고 나누는 기회가 될 것이다. 바다는 서로 다르지만, 사람을 살리는 연대의 가치와 공동체 정신은 국경을 넘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삶의 지혜이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는 제주를 소개하는 문화 행사를 넘어, 한 여성의 삶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공동체의 역사로 이어지고 나아가 대한민국을 키워낸 여성들의 위대한 발자취를 만나는 자리다.
제주 해녀의 숨결은 혼자가 아니다.
그 숨결 속에는 어머니가 있고,
여성이 있으며,
공동체가 있고,
대한민국의 역사가 있다.
그리고 그 숨결은 오늘도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누구와 함께 숨 쉬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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