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주] 본 칼럼은 브라질 시장 확장 전문가인 지앙 사가아르지(Jean Saghaard)가 스타트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 전략을 실무적 관점에서 풀어낸 기고문이다. 자국 시장의 성공 공식을 해외에 그대로 적용하기보다, 현지 고객과 시장 구조를 이해하고 이에 맞는 고투마켓(GTM)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스타트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은 성장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가장 중요한 분기점 중 하나다. 자국 시장에서 제품을 검증하고 고객 기반을 다진 기업은 자연스럽게 더 큰 시장을 바라보게 된다. 그러나 해외 진출은 단순히 판매 지역을 넓히는 일이 아니다. 재무 건전성, 조직의 성숙도, 제품 경쟁력, 현지 시장에 대한 이해가 함께 맞물려야 가능한 전략적 선택이다.
많은 스타트업이 범하는 실수는 자국 시장에서 통했던 성공 공식을 새로운 시장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이른바 ‘복사해서 붙여넣기’식 확장이다. 하지만 시장마다 고객의 의사결정 구조, 구매 문화, 규제 환경, 가격 민감도, 경쟁 구도는 다르다. 이를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진출을 서두르면 시간과 자본을 동시에 소모할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확장의 본질은 전체 시장 규모, 즉 전체 유효시장(TAM)을 자국 시장 밖으로 넓히는 데 있다. 이를 위해서는 고투마켓(Go-To-Market·GTM) 전략을 현지 시장에 맞게 다시 설계해야 한다. 첫 출발점은 이상적인 고객 프로필, 즉 주요 타깃 고객 (ICP)을 재정의하는 일이다. 자국 시장에서 효과가 있었던 고객군이 해외에서도 반드시 같은 반응을 보인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제품이 해결하려는 문제와 현지 고객의 실제 고충이 얼마나 맞닿아 있는지 확인하는 일이다. 비슷한 산업군이라도 국가마다 문제의 우선순위는 다를 수 있다. 어떤 시장에서는 기존에 주목받지 못했던 기능이 핵심 차별점이 될 수 있고, 반대로 본국에서 강점이었던 요소가 현지에서는 크게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다.
초기 시장 진입 단계에서는 사회적 증거, 즉 신뢰할 수 있는 레퍼런스 확보도 중요하다. 대부분의 고객은 낯선 해외 솔루션을 가장 먼저 도입하는 데 부담을 느낀다. 이 때문에 초기에 영향력 있는 고객 한 곳을 확보하는 일은 여러 건의 소규모 계약보다 더 큰 전략적 가치를 가질 수 있다. 해당 고객은 브랜드 신뢰도를 높이고 이후 영업 활동의 문을 여는 역할을 한다.
가치 제안 역시 현지화가 필요하다. 단순히 언어를 번역하는 수준으로는 부족하다. 고객이 어떤 표현에 반응하는지, 어떤 기능을 가치 있게 보는지, 어떤 메시지에 신뢰를 느끼는지 현장에서 확인해야 한다. 기존의 가치 제안이 새로운 시장에서 어떻게 해석되는지 점검하고, 고객의 고충이 실제 구매 동기로 이어질 만큼 중요한 문제인지 검증해야 한다.
마케팅과 영업 방식도 다시 살펴야 한다. 인바운드, 아웃바운드, 제품 주도 성장(PLG), 계정 기반 마케팅(ABM) 등 기존 시장에서 작동했던 성장 방식이 해외에서도 그대로 작동한다는 보장은 없다. 따라서 특정 지역이나 산업군, 타깃 고객군을 정한 파일럿 프로젝트를 통해 최소 기능 GTM을 먼저 실험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현지 사정에 밝은 파트너는 시행착오를 줄이고 시장 학습 속도를 높이는 중요한 가속기가 될 수 있다.
가격 정책과 수익화 모델도 현지 조건에 맞춰야 한다. 계약 관행, 결제 방식, 환율 변동, 세무·회계 요건, 규제 수준은 국가마다 다르다. 이 요소들은 고객의 구매 결정뿐 아니라 영업 사이클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데모나 프리미엄 모델을 통해 고객이 실제 사용 경험을 쌓게 하는 방식은 초기 진입 장벽을 낮추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
유통 모델 선택도 핵심이다. 직접 판매, 파트너 채널, 제품 주도 방식, 다중 채널 전략 가운데 어떤 방식이 현지 시장에 적합한지 따져야 한다. 영업 지원 자료 역시 단순 번역에 그쳐서는 안 된다. 한 시장에서 설득력 있었던 자료와 스크립트가 다른 시장에서는 어색하거나 설득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초기 성과를 평가할 때는 매출 규모만 볼 것이 아니라 퍼널의 질을 함께 살펴야 한다. 아직 계약이 체결되지 않았더라도 영향력 있는 잠재 고객과의 협상이 진전되고 있다면 이는 의미 있는 트랙션의 신호일 수 있다. 평균 거래 소요 시간, 평균 거래 규모, 승률 등은 시장 적합성과 영업 효율성을 판단하는 주요 지표가 된다.
다만 장기적으로 적합하지 않은 고객에게서 발생한 매출은 경계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성과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 어떤 전략이 작동하는지 판단하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다. 해외 사업의 실적을 과장해 보이게 하는 착시도 생긴다. 글로벌 진출의 목적은 단순한 첫 매출이 아니라 반복 가능하고 확장 가능한 성장 모델을 찾는 데 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해외 진출은 마케팅, 영업, 고객 성공, 제품을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리더십이 함께할 때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 현지 전담 조직은 본사의 지원을 받되 일정한 자율성을 가져야 한다. 초기 합류 멤버는 현지 문화를 만들고 본국과 새로운 시장 사이의 가교 역할을 맡는 핵심 인력이다.
산업 허브나 관련 단체와의 협력도 중요한 전략이 될 수 있다. 혼자서는 오랜 시간이 걸릴 기회의 문을 더 빨리 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다른 지역에서 스타트업을 확장해 본 창업자, 투자자, 전문가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일 역시 해외 진출의 시행착오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은 단순히 제품을 다른 나라에 판매하는 과정이 아니다. 새로운 시장에서 고객을 다시 이해하고, 신뢰를 쌓으며, 반복 가능한 성장 방식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자국 시장에서 성공한 방식은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곧 해외 시장의 정답이 되는 것은 아니다. 각 시장의 고객, 문화, 규제, 구매 방식은 다르게 움직인다. 따라서 성공적인 글로벌 확장을 위해서는 기존의 공식을 고집하기보다 현지의 문제를 새롭게 읽고, 고객의 언어로 가치를 설명하며, 시행착오를 전략으로 전환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글로벌 시장 진출의 성패는 결국 이 차이를 얼마나 빨리 이해하고 실행하느냐에 달려 있다.
저자 소개: 지앙 사가아르지(Jean Saghaard)는 브라질·한국 콘퍼런스 시장 확장 부문 총괄(Head of Market Expansion)이자 MKT Growth 마케팅 컨설턴트다. 금융 서비스, 핀테크, 교육 및 헬스케어 분야에서 25년간 컨설턴트와 임원으로 활동했으며, 마케팅 조직 재편, 고투마켓 전략 및 브랜딩 프로젝트를 전문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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