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 반대편 브라질, 그중에서도 우리 삶의 터전인 상파울루는 뜨거운 열정과 치열함이 공존하는 역동적인 도시이다. 이곳에서 어르신들은 조국 근대화의 거친 여정을 손수 어깨에 짊어지셨던 주역이자, 익숙한 모국을 떠나 지구 반 바퀴를 도는 디아스포라의 길을 외롭게 걸어오신 거인들이시다. 연고도 없고 언어도 통하지 않던 척박한 상파울루 땅에서 가족을 위해, 그리고 봉헤찌로를 중심으로 한 지금의 한인 사회를 일구기 위해 이분들이 감내해야 했던 삶의 무게는 그 어떤 역사책에 적힌 기록보다 숭고하다. 잔치 내내 이분들을 모실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 한구석이 벅차오르는, 존경과 응원의 하루였다.
행사가 무르익고 공연 중간에 나지막이 울려 퍼진 ‘타향살이’라는 노래는 장내의 공기를 단숨에 바꾸어 놓았다. “타향살이 몇 해던가 손꼽아 헤어보니…” 익숙한 멜로디와 가사가 흐르는 순간, 참아왔던 마음이 왈칵 울컥하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그 노래는 단순한 대중가요가 아니었다. 고향을 떠나 이 먼 남미 땅에서 외로움과 서러움을 삼키며 눈물로 밤을 지새웠을 어르신들의 세월이, 그 고독한 영혼의 고백이 그대로 녹아 있는 눈물방울이었다.

우리는 흔히 인생을 길다고 말하지만, 냉정하게 보면 ‘우리’라는 두 글자로 묶인 공동체의 삶 속에서 인간이 허락받은 시간은 100년도 채 되지 않는다. 우주의 시간 속에서 찰나에 불과한 이 짧은 생 동안, 우리는 인연을 맺고 부대끼며 살아가다 결국 언젠가는 서로 헤어지게 마련이다.
피할 수 없는 이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단 하나뿐일지도 모른다. 살아있는 동안 서로를 더 뜨겁게 안아주고, 존중하며, 훗날 뒤돌아보았을 때 결코 후회가 남지 않도록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앞만 보고 달리느라 잊고 지냈던 ‘함께’의 가치, 그리고 ‘우리’라는 공동체의 온기를 어르신들의 거친 손과 노래 한 자락이 다시금 일깨워 주었다.
역사의 모진 바람을 온몸으로 막아내며 오늘날 상파울루 한인 사회의 단단한 뿌리가 되어주신 대한노인회 브라질지회 어르신들에게 고개 숙여 깊은 감사를 드린다. 이제는 우리가 그분들의 시린 마음을 안아줄 차례이다. 100년도 안 되는 소풍 같은 인생길, 이 먼 타향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들이 서로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어 후회 없는 동행을 이어가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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