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고율 관세 조치 이후 교역 상대국을 다변화하려는 브라질의 움직임에도, 한국과의 협정 교섭은 2019년부터 중단된 상태다. 한국 측은 협상단에 재개 의사를 타진해 왔으나, 브라질 일부 생산 부문의 반발과 내부 합의 부재로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브라질 정부는 지난 4월 초 협상 진행 여부를 두고 의견을 수렴하는 공청회를 열었다. 그러나 룰라 정부는 아직 추진에 대한 긍정적 신호를 내놓지 않고 있다. 대외무역국(Secex)은 현재 접수된 의견을 취합 중이며 조만간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협상의 발목을 잡는 핵심 쟁점은 두 가지다. 한국산 공산품 유입을 우려하는 브라질 생산 부문의 목소리와, 브라질산 육류 수출을 가로막는 한국 측의 위생·검역(SPS) 장벽이다.
육류는 브라질·아르헨티나·우루과이 등 메르코수르 회원국에 매우 중요한 수출 품목인 만큼, 당사국 간 협의를 통한 해법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메르코수르 측은 이러한 장벽이 완화되거나 제거되지 않는 한 논의를 진전시키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발로르에 따르면 한국의 농축산업 생산자들 역시 브라질을 비롯한 남미 국가들과의 경쟁에 저항하고 있다. 이는 메르코수르가 유럽연합(EU)과의 협상에서 겪었던 양상과 유사하다.
룰라 정부 관계자들은 교섭이 진척되려면 민간 부문을 설득하고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협정 체결을 위한 본격적 조율은 멈춰 있지만, 양측은 생산적 협력 대화를 이어가며 향후 재개 시 불거질 수 있는 쟁점을 논의하고 있다.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이를 본격 회담에 앞서 참여국 간 입장을 맞추는 ‘사전 협정 대화’ 단계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브라질 정부는 글로벌 통상 환경 변화로 한국이 더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조치로 각국이 교역국 다변화에 나선 만큼, 한국도 같은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 소식통은 이를 “자연스러운 기대”라고 언급했다.
실제 메르코수르는 지난해부터 캐나다, 인도네시아, 멕시코, 베트남, 한국, 아랍에미리트(UAE), 레바논, 인도 등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해 왔다. 브라질 외교관들은 EU와의 협정 서명과 다자주의에 역행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촉매제로 작용해, 경쟁력 있는 교역 상대국들과의 교섭에 새 탄력이 붙었다고 전했다.
다만 한국과의 걸림돌이 해소되더라도 협정 체결까지는 수년이 더 걸릴 것이라는 게 브라질 협상단의 전망이다. 브라질 정부가 2026년까지 캐나다, UAE와의 협상 마무리에 집중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브라질 전국산업연맹(CNI)의 콘스탄자 비아수티 상무는 산업계 입장에서 아시아 국가들과의 교섭에는 한층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이들 국가의 높은 경쟁력과 발전 수준을 지적했다. 그는 발로르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산업 부문들과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고 있다”며 “한국과의 포괄적 협상을 위한 내부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산업계의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협정 대상 품목을 선별하는 ‘부분적 범위 협정’은 검토 가능하지만, 교역 상품의 80% 수준까지 개방해야 하는 포괄적 협상은 더 큰 저항에 직면해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본과의 협정에 대해서는 지금까지의 의견 수렴 결과가 비교적 우호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비아수티 상무는 “출발선상에서 한국과 일본을 바라보는 시각에는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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