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6년, 머나먼 타국 브라질 땅에서 한글의 아름다움을 찬양하고 이를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길은 묵묵한 수행의 과정과도 같았다. 그 지난한 노력의 결실이었을까. 지난 2025년 9월 1일, 상파울루주(州) 전역에서 매년 10월 9일을 ‘한글의 날’로 공식 기념하는 법령이 공포됐다. 이는 작가 개인의 영광을 넘어, 대한민국 문화의 저력이 이민 사회의 공식적인 역사로 아로새겨진 감격스러운 사건이었다.
하지만 이 축배의 기쁨 속에서도 짙은 갈증은 여전히 가시지 않는다. 척박한 이민 사회에서 작가로 살아간다는 것은 끝없는 외로움과의 사투인 까닭이다. 홀로 작업실을 지키며 전시에 매진하는 시간은 예술가의 숙명이지만, 때로는 그 지독한 고독이 창작의 지평을 스스로 가두는 족쇄가 되기도 한다.
이에 필자는 이제 좁은 작업실의 문을 열고 ‘공동의 공방’이라는 새로운 화두를 던지고자 한다.
작업 공간을 공유한다는 것은 단순히 임대료를 나누는 경제적 타협이나 물리적 결합이 아니다. 서로의 붓 터치와 숨결이 모여 새로운 리듬을 탄생시키는 화학적 결합이다. 나의 선과 당신의 색, 그리고 또 다른 이의 결이 한 공간에서 겹쳐질 때, 작품은 비로소 개인의 한계를 넘어 공동의 언어로 확장될 수 있다.
특히 장르의 벽을 허무는 협업은 창작의 지평을 넓히는 가장 강력한 동력이다. 화가, 서예가, 조각가, 디자이너 등 서로 다른 영역의 예술가들이 각자의 노하우를 나누고 영감을 교류할 때, 혼자서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창조적 숲’이 조성될 수 있다. 협업은 나의 세계를 깎아내는 타협이 아니라, 내 세계를 무한히 넓혀가는 가장 기분 좋은 확장이다. 마음이 맞는 동료와 함께라면 홀로 넘기 힘든 예술의 임계점도 가볍게 뛰어넘을 수 있다. 우리가 함께 구축할 이 공방은 그 확장의 베이스캠프이자, 서로의 세계를 잇는 튼튼한 가교가 될 것이다.
새로운 예술가를 만나는 방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마음의 빗장을 풀고, 고독을 나누며, 서로에게 묻는 것이다. “당신은 지금 어떤 꿈을 그리고 있습니까?” 그 짧은 질문 하나가 단절된 서로의 길을 이어주는 위대한 시작이 된다.
거센 비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한 그루는 연약하고 위태로워 보일지 몰라도, 그 나무들이 모여 이룬 숲은 거친 폭풍우마저 웅장한 교향곡으로 바꾸어 놓는다.
이제는 혼자 고군분투할 때가 아니다. 장르를 넘어 연대하고, 함께 숲을 이뤄야 할 시간이다. 따뜻한 마음으로 한 그루의 든든한 나무가 되어줄 사람, 우리의 예술을 울창한 숲으로 함께 키워갈 창작자들의 발걸음을 간절히 기다린다.
지금, 한 그루의 나무가 되어주시길 바란다. 혼자가 아닌 함께할 때, 우리는 마침내 숲이 된다. 당신의 용기 있는 한 걸음이 이곳에 새로운 예술을 숨 쉬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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