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제10기 과정은 기본 정원 100여 명에 전 세계 50여 명의 해외 수강생이 온·오프라인을 병행하며 참여하고 있다. 강의는 딱딱한 정치 이론에 머물지 않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굴곡진 삶과 철학, 그리고 민주주의의 실천적 경험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각 분야 전문가들의 밀도 있는 강연은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는 깊은 통찰을 안겨준다.
돌이켜보면 내 배움의 길은 늘 순탄치만은 않았다. 이리공고 장학생 시절을 거쳐 이민 초기 언어와 생계 문제로 학업을 중단해야 했고, 이후 여러 나라를 오가며 힘겹게 배움을 이어갔다. 그랬던 내가 지금 태평양 건너 타국에서 ‘정치학교’의 수강생으로 앉아 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하면서도 지극히 자연스러운 삶의 흐름처럼 느껴진다.
물론 이 선택이 마냥 가볍지만은 않았다. ‘정치’라는 단어가 우리 사회에서 띠는 짙은 색깔 때문이다. 어느 날, 친구 집에 다녀온 막내딸이 아내에게 불쑥 물었다. “엄마, ‘빨갱이’가 뭐야?” 당황한 아내가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하자, 딸은 머뭇거리며 말을 이었다. “친구 엄마가 그러는데… 태권도 사범이고 예전에 민주평통 회장 했던 사람, 그 ‘빨갱이’가 우리 아빠래.” 순간 헛웃음으로 넘겼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지워지지 않는 씁쓸함이 남았다. 정치와 이념이 한 개인의 삶을 얼마나 단순하고 폭력적인 낙인으로 소비하는지 뼈저리게 느끼는 순간이었다.
김대중 정치학교에서 진정으로 배우는 것은 바로 그 ‘이름 붙이기’의 이면이다. 김 전 대통령의 삶은 숱한 죽음의 고비와 군부의 탄압 속에서도 민주주의를 향한 굳은 신념을 지켜낸 가시밭길이었다. 옥중에서의 치열한 독서, 국민을 향한 무한한 책임감은 일개 정치인의 영역을 초월한 것이다. 그제야 한국인 최초 노벨평화상 수상의 참된 무게와 의미가 가슴에 와닿았다.
강의를 들으며 자연스레 “우리 시대에 진정 필요한 지도자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뒤따랐다. 해답은 거창하지 않았다. 국민을 사랑하되 두려워할 줄 아는 사람, 시민의 시대적 요구를 정확히 읽고 실천에 옮기는 사람이다.
멀리 타국에서 단편적으로만 접했던 제주 4·3 사건, 광주 5·18 민주화운동, 그리고 촛불혁명에 이르기까지 한국 민주주의의 험난한 역사도 새롭게 다가왔다. 그 모든 궤적은 이름 없는 이들의 거룩한 희생과 선택 위에 쌓아 올린 금자탑이었다. 오늘날 ‘K-민주주의’가 세계적인 찬사를 받는 이유도 바로 그 튼튼한 뿌리에 있다. 이처럼 김대중 정치학교는 단순히 정치 지망생을 양성하는 공간을 넘어, 편견과 낙인을 깨고 민주주의의 본질을 묻는 ‘생각하는 시민’을 길러내는 참된 배움의 장이다.
김 전 대통령과의 각별한 인연은 지난해 탄생 100주년을 기리는 다큐멘터리 영화 ‘길위에 김대중’을 브라질, 칠레, 볼리비아 3개국에서 동시 상영하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기억력도 예전 같지 않은 나이에 시작한 무모한 도전일지 모르나, 오히려 인생을 관조할 수 있는 지금이기에 더 깊이 성찰할 수 있는 것 아닐까.
대한민국은 6·25 전쟁 직후의 참담한 폐허와 암울했던 군사독재를 극복하고, 경제·문화·체육·국방 등 다방면에서 강국으로 도약하며 세계가 선망하는 민주화와 선진화를 동시에 이룩한 자랑스러운 나라다. 이 위대한 여정과 대한민국의 미래에 관심 있는 분들께, 곧 다가올 제11기 김대중 정치학교 수강을 적극 권하고 싶다. 이 배움이 단순한 지식의 축적을 넘어,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를 바꾸는 경이로운 경험이 되리라 확신한다.
[기고 김요준 상파울루주 태권도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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