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주 금요일 오전 10시 30분, 이 상징물만큼이나 반가운 만남이 찌라덴치스 광장에서 시작된다. 노인회 어르신들이 노란 조끼를 맞춰 입고 양손에 쓰레기 봉투와 집게를 든 채 모인다. 길거리에 버려진 담배꽁초를 주우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고, 오가는 교민들과 인사를 건네는 이 시간은 단순한 청소를 넘어선 소중한 공동체의 현장이다. 그리고 이 정화의 여정은 언제나 우리의 상징물 앞에서 마무리된다.
문득 생각이 든다. 우리의 진짜 상징은 무엇일까? 아들이 “아빠, 우리의 상징이 뭐예요?”라고 묻는다면, 저 조형물을 가리키며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이라고 답하는 것으로 충분할까?
우리의 진짜 상징은 바로 ‘우리’라는 단어 그 자체에 있다고 믿는다. 한국인의 사고방식 속에는 언제나 ‘우리’가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우리나라, 우리 집, 우리 동네, 우리 회사… 심지어 ‘내 아내’가 아닌 ‘우리 와이프’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사용할 정도다. 개인주의 문화권의 외국인들은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는 독특한 표현이다.
‘우리’라는 개념은 공동체 문화의 산물이다. 나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라, 나와 너, 우리와 너희가 함께 살아온 역사적 결과물인 셈이다. 주식인 쌀을 생각해보면 쉽다. 벼농사는 논을 갈고, 물길을 내고, 모내기를 하고, 수확과 탈곡에 이르기까지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는 막대한 노동력이 필요하다. 벼는 마을 공동체가 힘을 합쳐야만 얻을 수 있는 결실이었다. ‘우리’ 문화의 뿌리는 이처럼 벼농사의 역사만큼이나 깊고 단단하다.
반면, 서양의 주식인 밀은 씨앗만 뿌려두면 비교적 수월하게 자란다. 혼자서도 충분히 농사를 지을 수 있었기에 자연스레 ‘우리’보다는 ‘나’라는 개념이 중심에 서게 되었다. 이처럼 사람은 환경의 지배를 받으며 고유한 문화를 형성해 간다.
진정한 우리의 상징은 봉헤치루 입구의 조형물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그것은 한인 사회 곳곳에 살아 숨 쉬는 위대한 ‘우리’의 정신이다. 한인회가 주축이 된 대학생 의료봉사, 노인회의 거리 청소와 도시락 나눔, 한브장학회의 차세대 인재 육성, 코윈(KOWIN)의 사랑의 상품권 나눔, 색소폰 동호회 한울림의 자선 모금 공연 등, 이 모든 나눔과 연대의 활동이야말로 우리의 가장 자랑스러운 상징이다. 세계를 휩쓰는 한류의 저력 또한 이러한 공동체 문화와 정신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
봉헤치루에 가면 마음이 푸근해진다. 길 위에서는 우리말이 들려오고, 식당가에서는 우리 음식 냄새가 풍겨온다. 이곳은 브라질 속 작은 한국이며, 우리 모두에게 더없이 소중한 터전이다.
하지만 매주 청소를 이어가며 아쉬운 점도 마주하게 된다. 한국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면 누구나 수업이 끝난 뒤 교실을 쓸고 닦던 기억이 있을 거다. 그러나 브라질은 청소하는 인력이 따로 있어 학생에게 청소를 시키지 않는다는 사실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청소는 사회적 학습의 기본인데 말이다. 그 때문인지 거리는 무심코 버린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우리가 거리로 나서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깨진 유리창 이론”처럼, 거리가 더러운 이유는 이미 더럽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이 버린 담배꽁초가 있기에 나도 무심코 버리게 되는 거다. 죄책감이 분산되기 때문이지. 반대로 깨끗한 거리에는 선뜻 쓰레기를 버리지 못한다. 양심의 독박을 쓰게 될까 두려운 인간의 심리가 작용하는 것이다.
4년째 이어온 청소 봉사를 이제는 한 단계 발전시켜 우리의 새로운 문화로 정착시킬 때다. 예부터 내 집 앞 눈은 내가 쓸었다. 이제 우리 가게 앞, 우리 사무실 앞을 스스로 청소하는 문화를 만들어 가자. 거리가 깨끗해지면 봉헤치루를 찾는 발길이 늘고 상권은 더욱 활기를 띨 것이다. 깨끗한 환경은 범죄를 예방하는 최고의 울타리이기도 하다.
봉헤치루는 그 자체로 살아있는 한국 문화 학교다. 브라질 사회가 우리에게서 배울 수 있는 가장 위대한 가치는 바로 ‘함께’의 정신이다. 우리말이 들리고, 우리 음식 향기가 나는 이 소중한 공간에서, 서로 돕고 가꾸는 아름다운 문화를 꽃피워 다음 세대에게 자랑스럽게 물려줄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기고자: 김인호 경찰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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