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술가의 삶도 크게 다르지 않다. 마음이 지나치게 배부르면 손은 쉽게 멈춘다. 반대로 마음 한편에 허기가 남아 있을 때 사람은 다시 붓을 들고, 종이를 펼치며, 자신이 어디에 서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한글 작가로 살아가며 늘 느끼는 것이 있다. 한글은 이미 완성된 문자이지만, 예술 속의 한글은 아직 끝나지 않은 우주라는 사실이다. 자음 하나, 모음 하나 안에도 새로운 조형과 감정이 숨어 있다.
‘ㄱ’은 산이 되기도 하고, 길이 되기도 한다. 때로는 사람의 어깨처럼 보이고, 굳건히 땅을 딛고 선 건축물의 기둥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획의 끝을 살짝 올리면, 비상을 꿈꾸는 새의 날갯짓도 떠오른다.
‘ㅇ’ 하나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달이 되었다가 씨앗이 되고, 누군가의 눈물이 되기도 한다. 텅 빈 원 안에는 우주의 무한함이 담기고, 붓끝의 강약에 따라 요동치는 심장 박동 같은 생명력도 살아난다.
최근 브라질 현지인들과 함께한 작업에서도 이를 실감했다. 한글의 뜻을 모르는 이들이 오직 선의 굵기와 점의 위치만으로 슬픔과 기쁨을 읽어내는 모습을 보며, 예술은 언어의 장벽을 넘어 마음으로 전달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깨달았다.
동시에 예술가는 결코 “이 정도면 되었다”는 안주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생각도 깊어졌다. 내가 충분하다고 여기는 순간, 작품도 그 자리에서 멈출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술가는 늘 조금 배고파야 한다. 더 좋은 선을 찾고, 더 깊은 여백을 고민하며, 더 따뜻한 감정을 담기 위해 스스로의 부족함을 인정해야 한다. 똑똑함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아직 모자라다는 사실을 아는 태도다. 그 비움이 오히려 사람을 더 크게 채워준다.
가득 찬 잔에는 더 이상 물이 들어갈 수 없다. 그러나 비어 있는 그릇은 계속 채워질 수 있다. 배운 사람보다 배우려는 사람이 오래 성장하고, 잘 그리는 사람보다 끝까지 고민하는 사람이 결국 자기만의 세계를 만든다.
브라질에서 한글 작업을 하며 수많은 사람을 만났다. 한국어를 전혀 모르는 브라질 사람들이 한글의 선과 리듬 속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감탄할 때마다, 나는 오히려 내가 더 배우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예술은 설명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움직일 때 비로소 살아난다는 사실을 말이다.
어쩌면 예술가는 평생 목마른 사람인지도 모른다. 더 좋은 작품을 향한 갈증, 더 깊은 메시지를 향한 갈증, 그리고 세상과 더 따뜻하게 연결되고 싶은 갈증. 그 갈증이 손끝을 움직이고, 그 허기가 다시 새로운 작품을 태어나게 한다.
오늘도 나는 완성보다 부족함에 머무르려 한다. 배부른 예술가보다, 아직도 배우고 싶어 하는 예술가로 남고 싶다. 비어 있음은 실패가 아니라 다시 채워질 가능성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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