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에게 가장 큰 벽은 기술적 미숙함이 아니다. 진정으로 어려운 일은 ‘익숙함을 내려놓는 일’이다. 어제까지 믿어왔던 확신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당연하게 여겼던 풍경을 낯설게 바라보는 것. 잘 그리는 기술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이 ‘다르게 바라보는 용기’다. 고정관념의 허물을 하나씩 벗겨낼 때 새로운 시선이 잉태되며, 그때부터 진짜 창작의 생명력이 꿈틀대기 시작한다.
혹자는 예술을 삶의 여유가 있을 때 찾는 ‘사치’라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예술은 우리 삶에서 없어도 되는 장식품이 아니다. 오히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삶의 거친 단면을 부드럽게 감싸주는 ‘숨결’에 가깝다. 화폭 위의 점 하나, 원고지 위의 문장 한 줄이 누군가의 고단한 하루를 위로하고 지친 마음에 작은 빛을 밝힌다. 예술은 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넘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실체적인 힘을 지니고 있다. 그렇기에 예술은 삶을 더 깊고 풍요롭게 만드는 필수적인 존재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가치를 일구는 과정에서 작가는 필연적으로 외로워질 수밖에 없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느끼지 않는 것을 애써 감각하려 하기 때문이다. 홀로 지새우는 깊은 밤, 스스로와 대면하는 그 고독의 시간은 단순한 쓸쓸함이 아니다. 그것은 작품의 밀도를 높이고 깊이를 더하는 숙성의 시간이다. 그 고통스러운 외로움을 통과한 작품만이 비로소 타인의 마음 깊숙한 곳에 닿을 수 있다.
필자는 평소 “오프닝 하루만 즐겁다”는 말을 자주 하곤 한다. 전시를 준비하는 긴 시간 동안 작가는 자신과의 처절한 싸움을 이어간다. 수많은 번민과 선택 끝에 전시의 막이 오르고 관객의 박수가 쏟아지지만, 그 기쁨은 찰나에 불과하다. 화려한 조명이 꺼지면 작가는 다시 적막한 작업실로 돌아간다. 그리고 다음 작품을 위해 다시 영혼을 가다듬는다. 작가에게 전시란 화려한 마침표가 아니라, 또 다른 길을 떠나는 새로운 시작이기 때문이다.
창작은 결코 편안한 길이 아니다. 그러나 그 길 위에서 우리는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는 맑은 눈을 얻는다. 영혼을 단련하는 시간, 고정관념을 버리는 용기, 그리고 외로움을 견뎌내는 깊이. 이 모든 것이 응집되어 하나의 작품이 되고, 결국 누군가의 삶을 조금 더 따뜻하게 변화시킨다. 오늘도 나는 조용히, 그러나 치열하게 영혼을 다듬으며 다음 작품을 향해 묵묵히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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