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아침] 1944년 브레튼 우즈 협정에서 국가의 통화정책과 금융경제를 책임지는 중앙은행 설립이 합의된다. 이미 중앙은행이 있던 국가들은 그 기능을 조정해야 했으며, 브라질 같은 경우는 중앙은행이 존재하지 않아 설립이 추진 되었다. 그렇지만, 당시의 정치권에선 독립적인 중앙은행보다는 자신들이 꾸준히 영향력을 행세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았고, 이를 위해 국영은행이자 상업은행 역할을 하는 Banco do Brasil내에 Sumoc (통화금융국)을 만들어 중앙은행 역할을 맡겼다. 그리고, 20년이 지나 1964년 군정이 들어서자 중앙은행의 설립이 현실화가 되었다. 초기의 브라질 중앙은행은 독립적인 성격을 갖고 운영이 되었지만, 시간이 지나자 금융과 관련해 막강한 힘을 갖고 있던 중앙은행 총재에 대해 불만을 느끼었던 꼬스따 이 실바 대통령은 “국가에 대통령 * 프레지덴찌 (Presidente)는 나 한 명뿐이다”라고 외쳐, 중앙은행의 총재를 비롯한 주요 국장들을 강제로 사임시켰다. 이때, 중앙은행과 브라질 은행 간의 기형적인 관계가 있었는데, 그건 바로 Conta Movimento라는 공통계좌다. 화폐 발행 권한은 중앙은행이 갖고 있지만 브라질 은행(Banco do Brasil)은 중앙은행과 공통으로 사용하는 계좌(Conta Movimento)를 통해, 필요에 따라 재정을 추가로 지출할 수 있는 아이러니한 구조를 만들었다. (설명: 중앙은행은 일반 시중은행과 달리, 수입이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추가로 지출이 발생하면 화폐 발행을 의미한다).
이때 당시의 Banco do Brasil은 지금처럼 단순한 상업은행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인들의 이해관계에 맞춰 특정산업에 촉진 정책으로 대출해주었고, 주지사들의 관리체제에 있던 주(州)은행들 대상으로 적극적인 대출을 해주었었다. 또한, 중앙은행에는 통화정책 외에도 농업과 관련된 사업을 파이낸싱 (대출)하는 농업촉진국이 있을 정도로 양 은행은 자신들의 역할들이 바뀐 채로 운영이 되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어쨌든 공통계좌(Conta de Movimento)는 말 그대로 Banco do Brasil이 필요에 따라 사용이되었으며, 이 계좌에서 자금을 출금하는 것은 화폐를 발행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또한 공통계좌를 자율적으로 사용하는 부처는 바로 정부인데, 이때까지만 해도 브라질 정부에는 국고국이 없어, 정부의 예산은 속된 말로 관리 없이 무분별하게 사용이 되었었다.
근본적인 국가 금융의 개혁
갈베아스 (Ernane Galvêas)는 브라질에서 중앙은행장과 재무부 장관을 지냈다. 그는 70~80년대 재무부 장관의 권력에 대해, 영국의 여왕보다 높고 금융과 관련해선 대통령보다 더 막강하였다고 한다. 실제로 이것이 가능한 것은 재무부 장관이 중앙은행장과 Banco do Brasil은행장을 임명하고 또 양 은행의 대출 한도를 의회에 승인 없이 확대할 수 있었다. 이외에도 정부의 지출을 원하는 만큼 확대할 수 있었는데, 이는 앞서 설명한 공통계좌 때문이다. 그리고, 이 공통계좌에서 충당되는 지출은 본예산에 포함이 되어 있지 않았다. 당시의 정부는 국영기업 예산, 연금 예산, 특별회계예산 그리고 본예산이 있었는데, 본예산은 지금처럼 입법부에서 심의를 거쳐 통과되지만 그 규모가 4개의 예산을 다 합쳐도 약 30% 미만이었고, 공통계좌는 특별회계에산내에 있었지만, 그 관리 또한 불분명했다. 이러한 제도적인 한계를 잘 알고 있었던 재무부는 이미 1984년에 공통계좌 폐지를 추진했지만 권력 싸움에서 실패하게 되었었다. 그렇지만, 1986년도의 사르네이 정부는 끄루자도 정책이 표면적으로 물가를 안정화하자 지지율이 높아서 이러한 근본적인 개혁이 가능했었다.
공통계좌의 폐지뿐만 아니라 1986년도에는 다양한 금융제도 개혁이 진행된다. 아래 개혁들은 행정명령 차원에서 진행된 것이었고, 다음에 브라질은 1989년 헌법을 통해 조금 더 진보적인 개혁을 추진하기도 한다. 또한, 이때부터는 국고국 신설과 국가 시스템의 통합으로 회계 정보들이 신뢰할만한 수준으로 개선된다.
<1986년 주요 금융 개혁>
- 공통계좌의 폐지: 1984년 재무부 차관인 마일손 노브레가 (Mailson Nobrega)가 추진한 정책으로, 실제로 갈베아스 재무부 장관의 지원으로 추진되었지만, 폐지에 실패한다. 1986년 끄루자도 정책에 힘입은 사르네이 정부의 재무부 장관이었던 푸나로 (Dilson Funaro)의 임기 내에 최종적으로 폐지된다.
- 국고국 신설: 이때까지만 해도 브라질 정부는 국고국이 없었다. 국고국 신설은 단순히 나라의 살림살이를 책임질 부처를 신설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회계체계를 시스템화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재무부 산하에 국고국을 신설하여 국가의 재정을 체계적으로 관리 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동 기간에 연방정부 금융통합시스템 (SIAFI)를 만든다. SIAFI는 연방정부의 모든 부처 회계를 통합관리를 하는 시스템으로 정부는 한눈에 회계를 관리 할 수 있게 된다.
- 국가 예산의 통합: 총 4가지였던 국가의 예산을 하나로 통합하여, 통합된 예산은 의회에 승인으로 국가의 재정이 운영되도록 하였다. 이로써 재무부 장관은 모든 지출에 대해 사전 승인을 받게 되어 국가의 재정체계가 잡히게 된다.
브라질 금융 역사상 가장 많은 개혁이 추진된 시기는 1930년대 대공황이후 체계를 잡기 위해 시행된 개혁안들이 있었고, 1964년 군정이 들어서자 깜뽀스-불료엥스 장관들이 중앙은행 설립을 비롯해 다양한 개혁안을 추진했었고, 세 번째로는 바로 이 시기였다.
끄루자징유와 제2차 끄루자도
<1986년 1월에서 12월까지의 물가>
그렇지만, 안정되는 것 같던 인플레이션은 조금씩 파열음이 나오기 시작하며, 정부를 이를 대처하기 위해 끄루자징유 (Cruzadinho)를 7월에 발표한다. 이때 당시의 경제는 물가 연동 중단으로 물가를 억제하며 가격동결을 통해 공급과 수요 균형을 맞춘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기준금리도 마이너스 또는 한 자릿수 수준으로 유지해, 표면적으로는 모든 걸 동결시키되, 시장은 더 활발하게 하는 것이었지만, 암달러 시세는 많이 올라가고 있었고, 시중에는 대출과 같은 금융 상품 공급의 붐이 일어났다. 이 모든 것은 다 소비자의 구매력을 상승시켰고, 높아진 구매력을 대응할 수 있는 수요가 없다면, 물가는 오를 것이 뻔했었다. 여기서 경제팀의 의견은 나눠었는데, 첫 번째는 동결을 전면적으로 풀자는 것이었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일부의 가격을 푸는 것과 높아진 금융 상품 공급과 수입으로 인해, 국가재정수지가 적자가 나기 시작하자 IMF에 구제 금융을 받는 것이었다. 이 3가지 옵션 중에선 가격동결을 전면적으로 푸는 것은 인플레의 복귀이기 때문에 정치적인 부담이 컸고, 여론은 IMF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이라 차선책으로 특별세금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여 국가 주도 주요 사업을 투자한다는 것으로, 가솔린 (에탄올 포함)과 자동차 구매에 대해 세금을 부과해 3년뒤에 환급한다는 것이었다. 또한, 달러 거래세에 대해서도 환급을 중단한다는 안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처럼, 정부가 높은 지지율을 갖고 있음에도 적극적인 정책을 펼칠 수 없었던 것은, 11월에 있을 총선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실제로 발생하고 있던 문제를 대처할 수 없는 채 질질 끌고 있다가, 제2차 끄루자도가 발표된다. 제2차 끄루자도는 여당인 PMDB가 총선에서 압승 후 1주일 뒤에 발표가 되는데, 당시 PMDB는 하원 의회에서 과반이상 그리고 상원 의회에선 3/2 이상의 의석을 확보했고, 23개주(당시는 Amapa와 Tocatins가 없었음)에서 22개의 주지사를 배출한다. 그렇지만, 국가 경제는 매우 불안정해가고 있었고, 물가외에도 정부의 재정적자는 심각한 수준에 이른다. 이미 사르네이 대통령이 취임했을 때 브라질 외채는 1,021억 달러였고 이 규모는 계속 늘어났고 재정적자는 82년부터 86년까지 누적 마이너스 878억 달러인 상황이었다.
제2차 끄루자도는 소비와 관련된 간접세를 올려 경제를 4%의 대로 성장하고자 했었다. 먼저 기준금리(Taxa Selic)와 오버나이트 금리(Selic Over)를 올렸는데, 효과가 미미 했다. 그리고 간접세를 올리기 시작 하는데 자동차, 담배, 술로 시작해 전기, 전화, 우체국 비용들을 올리게 되었다. 그렇지만, 12월에 7,6%을 기록한 물가는 1987년 1월 10% 이상으로 올라 누적 물가가 20%가 도달하자, 급여도 상승하게 된다.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선 공급과 수요의 균형을 맞추는 것인데, 급여의 상승은 곧 수요의 증가를 의미하기 때문에 정부 입장에선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브라질 경제 상식
브라질이 정하는 기준금리는 정확히 설명하면 브라질의 기준금리는 Selic (Sistema Especial de Liquidação e Custódia – 직역: 자산 매매 특별시스템)으로 시중은행들은 매일 입금되는 금액에 대한 일정 비율을 중앙은행에 입금해야 하며, 이를 충당하기 위해 국채를 매입 또는 매매하며, 해당 이자 기준을 Taxa Selic로 불러, 기준금리라고 정한다. 또한 오버나이트 금리는 대형은행들이 은행 간의 단기대출에 대해 지급하는 이자로, 중앙은행 역시 은행 간의 거래되는 국채에 대해 해당 금리에 대해 1일 기준치로 계산하는 것이다. 따라서, 기준금리는 일정 기간에 유지되는 금리인 반면, 오버나이트 금리는 매일 거래되는 물량에 따라 변동이 된다. 초인플레이션 시기엔 은행 계좌에 돈을 입금하면 오버나이트 기준으로 이자를 지급하기 때문에, 상류층은 고물가 상황에서 자신들의 자산을 보호할 수 있는 수단들이 있었고, 이는 이들의 구매력을 물가상승과 동일하게 유지 했었다. |
저자: 이재명 (Klavi 오픈뱅킹 핀테크 파트너, OKTA 상파울루 홍보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