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브라질이라는 낯선 땅에서 시간이 흐를수록, 아름다운 우리 글 한글을 이곳 사람들에게 전해야 한다는 마음이 운명처럼 자라났다. 그러자 자연스레 시적인 ‘설림’이라는 이름보다 더 선명하게 내 소명을 보여줄 이름이 필요하다는 고민을 시작했다.
그러던 중,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창제 정신을 깊이 공부할 기회가 있었다. “나라의 말이 중국과 달라 문자와 서로 통하지 아니하므로, 이런 까닭에 어리석은 백성이 이르고자 할 바가 있어도 마침내 제 뜻을 능히 펴지 못할 놈이 많으니라.” 백성을 향한 깊은 사랑과 애틋함으로 한글을 만드신 세종대왕. 그분이 글자를 만든 것은 단순히 새로운 문자를 발명한 것이 아니었다. 글을 몰라 답답하고 억울했던 백성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소통의 길을 열어주고자 한, 세상에서 가장 따뜻하고 다정한 마음의 발로였다.
나는 이 거대한 사랑 앞에 크게 감동했고, 그 순간 나의 예술이 나아갈 방향이 완전히 달라졌다. 더 이상 개인의 수양에 머무는 ‘설림’이 아닌, 내가 걷고 있는 길과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을 분명히 보여주는 이름을 갖고 싶었다. 그리하여 새로운 이름을 선택했다.
바로 ‘한글 나성주’다.
누군가는 이름 앞에 ‘한글’이라는 단어를 붙이는 것이 조금은 어색하고 투박하게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안에는 나의 뿌리이자 정체성, 그리고 백성을 향한 세종대왕의 마음을 감히 닮고 싶은 간절한 바람이 모두 담겨 있다.
한 번은 브라질의 어느 전시장에서 한 관람객이 내 작품을 한참 동안 바라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무슨 글자인지는 하나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보고 있으니 마음이 참 따뜻해져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내가 왜 ‘한글 나성주’여야만 하는지, 심장이 확신으로 가득 차는 기분이었다. 그들은 한글을 읽지 못했지만, 글자 안에 담긴 조형미와 살아있는 움직임, 그리고 그것을 쓰는 나의 진심이 고스란히 전해졌던 것이다. 나는 대한민국 최고의 브랜드인 한글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에 다가가고 싶었다. 문자를 넘어, 그 너머의 따스함을 전하고 싶었다.
이제 누군가 “왜 ‘한글 나성주’인가?”라고 묻는다면, 나는 웃으며 이렇게 대답한다.
“세종대왕처럼 사람을 사랑하고,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내가 한국인임을, 한글로 사람들의 마음을 잇는 사람임을 한순간도 잊지 않기 위해서다.”
‘한글 나성주’는 그저 작가의 이름이 아니다. 이역만리 브라질 땅에서, 백성을 위해 글자를 만드셨던 위대한 사랑을 조금이나마 실천하고픈 나의 작고도 큰 다짐이자 살아 숨 쉬는 정체성이다.
오늘도 나는 그 이름으로 붓을 든다. 그리고 조용히, 그러나 뜨겁게 소망한다.
이 먼 타지에서도 한글이 작은 씨앗이 되어 더 많은 이들의 마음밭에 따스하게 뿌리내리기를. 언젠가 그 마음에서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나, 세종대왕의 사랑과 한글의 숨결을 온 세상이 함께 느끼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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