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 년 뒤인 8월4일 오후, 그녀는 상파울루 봉헤찌로 한인타운 K-스퀘어 루프탑에서 장학생 30명 앞에 섰다. 상파울루에서 이름난 제과점 ‘바이 김 콘페이타리아(By Kim Confeitaria)’를 이끄는 오너 셰프 베로니카 김 대표다.
이날 열린 행사는 한브장학회(회장 김순준)의 3분기 장학금 전달식이었다. 장학생 30명이 장학금을 받았으며, 채진원 총영사와 김순준 회장, 권홍래·제갈영철·박대근 고문, 구본일 영사, 학부모와 장학위원들이 참석했다. 전달식과 함께 김 대표의 멘토링 세미나도 마련됐다. 강연 주제는 한 단어, ‘깡’이었다.

패션을 전공한 김 대표는 부모가 운영하던 의류업체에서 일했다. 회사는 안정적으로 운영됐고, 언젠가 부모의 뒤를 잇는 것이 자연스러운 수순처럼 보였다. 그러나 일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는 “지루했고, 좋아하지 않으니 잘하지도 못했다”고 돌아봤다.
2017년 아버지가 희귀질환 진단을 받고 치료를 위해 한국으로 떠나면서 가족은 의류 사업을 정리했다. 김 대표는 밤에 배우던 제과 수업을 바탕으로 집에서 만든 제품을 팔기 시작했다. 사업이 조금씩 자라자 부모는 그를 한국으로 불렀다. 가게를 열어줄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돌아온 답은 달랐다.
“안 된다. 멈춰라. 너는 주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본 적도 없다. 먼저 공부해라.”
부모는 김 대표를 프랑스 요리학교 르 꼬르동 블뢰(Le Cordon Bleu)에 보냈다. 코로나19 여파로 1년 과정은 마치는 데 3년이 걸렸고, 그사이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 르 꼬르동 블뢰 진학은 부모가 딸에게 준 선물이었지만, 아버지는 딸의 졸업을 보지 못했다.
졸업 후 김 대표는 배달 전문 제과 작업실을 열었다. 제과사이자 배달기사로 뛰었고, 주문 접수부터 재료 구매까지 혼자 도맡았다. 직원이 한 명뿐인 회사였고, 그 한 명이 자신이었다.
김 대표는 초기 6개월의 어려움을 지금도 숫자로 또렷이 기억한다. 절박할 때마다 행사와 강연, 협업 기회를 찾아다녔다. 매출은 조금씩 늘어 작업실을 떠날 무렵 월 4만 헤알까지 올랐다.
이후 40㎡ 작업실을 나와 210㎡ 규모의 매장을 열고 처음으로 직원을 채용했다. 월세는 3천 헤알에서 1만 헤알로 뛰었다. 손익분기점을 넘기려면 한 달에 최소 6만 헤알을 벌어야 했다.
“사업에는 용기가 많이 필요합니다. 고객이나 납품업체 문제만 있는 게 아닙니다. 전기가 끊기고 물이 끊길 때도 있습니다. 웬만한 일에는 흔들리지 않는 배짱이 있어야 버틸 수 있습니다.”
2024년 김 대표는 브라질의 한 요리 경연 프로그램에 출연했다가 첫 회에서 탈락했다. 달걀흰자와 설탕, 두 가지 재료로 만드는 디저트에 설탕을 넣지 않은 탓이었다. 그는 “텔레비전에서 웃음거리가 됐다”며 이틀 동안 울었다. 그러나 사흘째 되는 날 다시 매장으로 출근했다.
“이틀만 슬퍼하겠다고 스스로에게 말했습니다. 나를 기다리는 직원들이 있으니까요.”
김 대표는 실패를 숨기지 않았다. 직원들과 함께 실수를 소재로 영상을 만들었고, 영상은 큰 호응을 얻었다. 사람들은 그의 가게를 ‘실패를 딛고 일어선 팀’으로 기억했다.
창업 후 5년 동안 바이 김은 외식·제과 전문 매체에 100차례 넘게 소개됐다. ‘프라제레스 다 메자(Prazeres da Mesa)’와 ‘베자 상파울루(Veja São Paulo)’는 바이 김을 상파울루의 대표 제과점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김 대표는 주변의 기대와 다르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길을 포기하지 말라고 학생들에게 당부했다.
“부모님 말씀도, 다른 사람의 말도 들어야 합니다. 좋은 조언일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목표를 따르고 싶은지는 스스로 알아야 합니다.”
꿈을 구체적인 목표로 바꾸라는 조언도 이어졌다. 그는 “하루 종일 누워 게임만 하면서 축구선수가 되겠다고 말할 수는 없다”며 “꿈이 목표가 되면 계획이 생긴다”고 말했다.
창업의 목적을 부자가 되는 데만 둬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버는 돈보다 쓰는 돈이 많으면 매출이 아무리 커도 소용없다”며 “부자가 되는 것은 깡의 결과일 수는 있어도 출발점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강연 끝에서 김 대표는 다시 ‘깡’으로 돌아왔다.
“용기가 생길 때까지 기다리지 마세요. 깡은 두려움이 있어도 행동하는 것입니다. 때로는 울면서 나아가야 합니다. 눈물을 닦고 다시 계속하는 것, 그것이 깡입니다.”
한편 김순준 회장은 이날 전달식에서 학생들에게 “오늘 받은 사랑을 다시 사회에 나눌 줄 아는 인재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채진원 총영사는 “여러분이 성장해 한국과 브라질을 잇는 여러 분야에서 활약하기를 기대한다”며 한브장학회의 활동에 감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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