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전시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제주 해녀 문화를 브라질에 소개하는 자리다. 산소통 없이 바다에 들어가 해산물을 채취해 온 해녀들의 노동과 삶, 자연과 공존하는 방식, 세대를 이어온 여성 공동체의 연대 정신을 사진과 영상, 설치 요소 등을 통해 풀어냈다.

정정희 원장은 개막 인사에서 “이번 행사는 제가 문화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처음으로 여러분과 함께하는 공식 행사”라며 “첫 행사를 제주 해녀 문화를 소개하는 전시로 시작하게 돼 더욱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정 원장은 “해녀 문화가 특별한 이유는 뛰어난 잠수 기술 때문만이 아니라, 바다에서 서로를 ‘물벗’이라 부르며 생명을 지키고 의지해 온 공동체 정신에 있다”며 “이번 전시가 브라질 국민들에게 한국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소개하고, 서로를 돌보며 함께 살아가는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안젤라 비달 간드라 마르틴스 국제협력국장은 축사를 통해 “바다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는 여성들이 함께할 때 발휘되는 힘을 보여준다”며 “여성들은 경쟁하기보다 서로 연대할 때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안젤라 국장은 이어 “이번 전시가 상파울루시와 한국이 이미 맺고 있는 유대 관계를 한층 더 깊게 만드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박 작가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이번 전시의 핵심 키워드로 ‘숨’을 꼽았다. 박 작가는 “해녀 문화에는 ‘물숨’이라는 말이 있다”며 “해녀들이 바다에 들어가 물속에서 작업할 때 참아내는 숨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박 작가는 “해녀들은 각자의 물숨 기량에 따라 바다에 머무는 시간이 달라지고, 물질의 깊이와 범위도 달라진다”면서도 “이번 전시는 한 개인의 능력이나 기량보다 함께 살아가고 서로 의지해 온 해녀 공동체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전시 제목인 ‘바다의 숨’에 대해서는 “한 사람 한 사람의 물숨이 모여 해녀 공동체 전체의 숨이 되고, 그것이 곧 바다와 함께 살아가는 해녀들의 삶을 상징한다고 보았다”며 “바다의 숨결은 해녀 개인의 숨이자 해녀 공동체 전체의 숨”이라고 설명했다.
박 작가는 해녀의 삶을 “바다가 허락한 만큼 들어가고, 허락한 만큼 머물며 이어가는 삶”이라고 표현했다. 박 작가는 “해녀는 자연과 맞서 싸우는 존재가 아니라 바다와 공존하며 살아가는 존재”라며 “해녀의 삶은 고되고 치열하지만, 동시에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관람객에게도 질문을 던진다. 박 작가는 “해녀의 이야기는 과거의 전통문화에 머물지 않고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중요한 질문을 남긴다”며 “우리는 누구와 함께 숨 쉬고 있는가, 힘든 순간에 나를 지탱해 주는 존재는 누구인가를 생각하게 한다”고 말했다.
박 작가는 “해녀들에게는 함께 물질하고 서로를 살피는 ‘물벗’이 있다”며 “물속에서는 혼자 숨을 참지만, 삶은 결코 혼자 버티는 것이 아니다. 함께 일하고 쉬며 서로를 돌보는 동료가 있었기에 해녀 공동체가 이어질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전시 마지막 공간에는 “당신의 물벗은 누구입니까?”라는 질문이 제시된다. 관람객은 전시를 둘러본 뒤 떠오른 생각을 메모로 남길 수 있다. 박 작가는 “저 역시 이 질문 앞에서 제 삶을 지탱해 주는 물벗으로 가족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전시는 해녀의 딸로 태어나 바다를 놀이터처럼 여기며 자란 어린 시절, 어머니와 마을 해녀들을 통해 물질을 배워 해녀가 되는 과정, 바다에서 마주하는 위험과 상실, 해녀 공동체의 중심 공간이었던 ‘불턱’의 의미 등을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구성했다.
특히 전시장에는 해녀가 물속에서 숨을 참고 작업한 뒤 물 위로 올라와 내뿜는 ‘숨비소리’도 구현됐다. 관람객들은 휘파람처럼 들리는 숨비소리를 통해 해녀의 노동과 호흡을 감각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박 작가는 “불턱은 단순히 몸을 녹이는 공간이 아니라 해녀들이 마을일과 집안일을 의논하고 서로를 의지하던 공동체의 중심 공간이었다”고 설명했다.
박 작가는 “고무옷 보급 등 생활 방식과 장비의 변화로 불턱의 기능은 점차 사라졌지만, 해녀 공동체의 정신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라며 “오늘날에는 해녀 탈의장과 같은 새로운 공간에서 물질 기술을 전수하고 서로 교류하며 공동체 문화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개막식에는 제주 해녀를 다룬 다큐멘터리 ‘해녀: 바다의 힘(Haenyeo, A Força do Mar)’을 제작한 브라질 다큐멘터리스트 리지아 바르보자 감독도 참석했다.
바르보자 감독은 “한 달 동안 해녀들과 함께 잠수할 기회가 있었고, 이후에도 여러 차례 제주를 다시 찾으며 지금까지 우정을 이어오고 있다”며 “해녀들 사이의 끈끈한 공동체 의식 속에서 따뜻하게 환영받은 것은 매우 특별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6월 12일부터 8월 30일까지 주브라질한국문화원(Av. Paulista, 460)에서 열린다. 관람 시간은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 일요일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며, 입장은 무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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