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아침] 전시회 준비로 마음 한켠이 무겁던 어느 날, 지인의 따뜻한 손길이 제게 다가왔다. 그 따스한 배려 덕분에 한 줄기 숨을 고르고, 다시금 붓을 들 수 있었다. 누군가의 물질적 후원, 또 누군가의 조용한 응원과 믿음의 말 한마디. 그 모든 것들이 지금의 나를 지탱하는 가장 큰 힘이 된다.
그래서 나는 다짐한다. 내게 주어진 이 기회를 헛되이 하지 않겠노라고. 한글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이 전시회를 진심으로, 그리고 무사히 마무리하는 것이 내가 드릴 수 있는 가장 좋은 보답이라고 믿는다.
물론 여건은 녹록지 않다. 하지만 브라질 파라나주 시의회로부터의 초청은 작가로서의 영광이자, 대한민국의 국가브랜드인 한글을 마음에 품고 사는 사람으로서 책임감이 따르는 일이다. 이 전시는 단지 작품을 걸어두는 일이 아니다. 한글을 모르는 이들에게도 그 깊이와 조형적 아름다움을 전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또한 쿠리치바 한인회의 문화적 위상을 널리 알리는 뜻깊은 자리가 될 것이다.
이제 남은 시간은 고작 20여 일. 하지만 내게는 마치 한 해보다 더 긴 시간처럼 느껴진다. 그 안에 나의 모든 열정과 에너지를 쏟아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도 생각한다. “나는 한글을 심는 농부다.” 하나의 자음, 하나의 모음을 씨앗처럼 정성껏 뿌리고, 붓끝에서 조심스레 가꾸어, 언젠가 피어날 꽃 한 송이를 상상한다. 그 꽃이 누군가의 마음에 닿아, 향기처럼 퍼지고, 따뜻한 울림이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내가 걸어온 길의 결실일 것이다.
세종대왕이 창제한 한글은 단순한 문자가 아니다. 그 안에는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과 소통에 대한 간절한 염원이 담겨 있다. 28개 자모로 온 세상의 소리를 담아낼 수 있는 과학적 우수성은 물론, 기하학적 아름다움까지 갖춘 완벽한 창조물이다. 이런 한글을 이국땅에서 알리는 일이 어찌 쉬울 수 있겠는가.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더욱 값진 일이다.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넘어 한글의 조형미가 전달될 때, 그것은 단순한 예술 감상을 넘어선 문화적 소통의 순간이 된다. 브라질 사람들의 눈에 비친 한글이 어떤 감동을 줄지, 벌써부터 가슴이 설렌다.
오늘도 나는 붓 끝에 마음을 담아 한 획, 한 획을 완성한다. 그 안에 한글의 숨결을 담고, 한국의 정서를 심으며 이국의 땅에서 한 줄기 향기를 피워 올리고자 한다.
부디, 이 작은 손끝의 노력이 누군가에게 한글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순간이 되기를. 그리고 그 순간들이 모여 한국과 브라질 사이의 작은 문화적 가교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