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아침] 브라질 상파울루 도심의 대표적인 마약 유통·소비 거점인 ‘크라콜란지아’의 주요 지점이 사라진 지 일주일이 넘었지만, 마약 중독자들이 인근 다른 지역으로 흩어져 새로운 거점들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브라질 유력 일간지 ‘폴랴 지 상파울루’에 따르면 상 조앙 대로변과 미뇨까(고가도로) 아래 등지에서는 밤이 되면 100여 명에 달하는 마약 중독자들이 모여들면서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폴랴 지 상파울루’에서 21일 밤부터 22일 새벽까지 상파울루 도심을 취재한 결과, 상 조앙 대로를 비롯한 여러 거리에서 마약(크랙)을 흡연하는 모습이 목격됐다고 보도했다.
자정 무렵 상 조앙 대로 미뇨까 다리 아래에 모여 있던 약 100명의 마약 중독자들에 대해 상파울루 시 경찰(GCM)과 군 경찰(PM)이 단속을 벌였지만, 현행범이나 도주자는 발견되지 않았다. 단속이 끝난 지 두 시간 뒤에도 마약 중독자들은 같은 장소에 다시 모여들었다.
상 조앙 대로의 두 블록은 사실상 새로운 마약 소비 거점으로 변모한 상황이다.
인근 주민들은 이미 노숙자들과 함께 사는 것에 익숙하지만, 마약 중독자들의 증가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디자이너 바르바라 지 비아시(29)는 “밤이 되면 마약 중독자들이 모이기 시작해 아침까지 그곳에 머문다”며 “소음, 고함, 물건 파손, 시끄러운 음악 소리 때문에 구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건물 주민이 폭행당하고 옷이 찢기는 일까지 있었다고 전했다.
교사인 비앙카 하모스(31)는 지난주부터 미뇨까 아래 마약 중독자 수가 “처음에는 10명 정도였지만 최근에는 100명 가까이 늘었다”며 “밤늦게 집에 돌아올까 봐 외출을 포기할 정도”라고 토로했다.
주민들은 마약 중독자들이 모여드는 블록에 위치한 버스 정류장 이용을 피하고 있어 지역 교통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편 두케 지 카시아스 대로에서도 군 경찰의 마약 중독자 단속이 진행됐다. 한 경찰 관계자는 다른 지역으로 ‘크라콜란지아’가 확산될 경우를 대비해 북부와 서부 지역 소속 경찰관들이 이번 작전에 동행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의 단속 현장에서 불과 몇 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마약 중독자들이 버젓이 마약을 흡연하는 모습이 목격되는 등 단속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소규모 마약 중독자 집단은 아마랄 구르젤 및 프린세사 이사벨 터미널, 봉헤찌로 가또 빈민가 근처 등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히카르두 누네스 상파울루 시장은 지난주 ‘크라콜란지아’가 확산된 것이 아니라고 반박하며, 마약 밀매 퇴치와 사회·보건 지원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상파울루 주 정부 공공안전부(SSP)도 “마약 밀매 척결과 중독자 지원을 위해 시 당국과 협력하여 범정부 차원의 대응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마약 중독자들의 확산과 이로 인한 주민들의 피해가 계속되고 있어 당국의 안이한 인식이 아니냐는 비판과 함께 보다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