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아침] 브라질에서 가족 등을 사칭하는 ‘왓츠앱 사기’를 비롯한 온라인 사기가 기승을 부리면서 연간 피해액이 100억 헤알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왓츠앱 사기는 가장 흔한 사기 유형 중 하나로 꼽히며 피해가 확산일로에 있다.
지난해 8월, 브라질 상파울루에 거주하는 77세 은퇴자 루르데스 다이아나 씨는 외출 중 딸을 사칭한 왓츠앱 메시지를 받고 800헤알을 송금했다가 사기를 당했다. 프로필 사진까지 딸과 같았고, 여행 중 급하게 돈이 필요하다는 메시지에 속아 넘어간 것이다.
브라질 은행연맹(Febraban)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브라질에서는 약 101억 헤알 규모의 사기 피해가 발생했으며, 이는 전년(86억 헤알)보다 17% 증가한 수치다. 왓츠앱 사기는 15만3천 건이 발생해 ‘가짜 판매'(15만 건), ‘가짜 은행 직원 사칭'(10만5천 건)과 더불어 3대 주요 사기 유형으로 꼽혔다.
브라질 상원 DataSenado 연구소 조사에서는 16세 이상 브라질인 4명 중 1명꼴인 약 4천80만 명이 지난 1년간 사기로 금전적 피해를 경험했으며, 대부분은 카드 복제, 온라인 사기, 계좌 침입 등 사이버 범죄 피해였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사기 피해가 반복되는 주요 원인으로 인터넷의 광범위한 확산과 그리고 사기범의 교묘한 심리적 조종 능력을 지목한다. 디지털 범죄 전문가 완데르송 카스틸류는 “인터넷은 더 많은 사람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해 피해 가능성을 키운다”며 “돈을 급하게 보내야 한다는 압박이 판단력을 흐리게 만들고, 인터넷 위험성에 대한 낮은 인식이 사기범의 심리적 기술에 취약하게 만든다”고 분석했다.
특히 노년층과 젊은 층이 사기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스틸류는 “노인들은 기술에 익숙지 않고 가족 사칭에 쉽게 속는 경향이 있으며, 젊은 층은 기술에 대한 과도한 자신감과 얕은 지식 때문에 오히려 쉽게 당한다”고 설명했다.
주요 사기 유형별 특징과 예방책은 다음과 같다. ‘왓츠앱 사기’는 범죄자가 피해자 계정을 복제하거나 가족을 사칭해 돈을 요구하며, 왓츠앱의 ‘2단계 인증’을 활성화하는 것이 예방책으로 권장된다. ‘가짜 판매 사기’는 허위 쇼핑몰로 유인하며, 시장가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경우 의심해야 한다. ‘가짜 은행 직원 사기’는 은행 직원을 사칭해 전화로 계좌 정보나 인증코드를 요구하며, 은행은 절대 이런 정보를 전화로 요구하지 않으므로 즉시 전화를 끊고 공식 채널로 확인해야 한다.
온라인 사기 확산의 또 다른 배경에는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지난 5년간 브라질 연방 정부는 5만8천여 건의 사이버 사고를 기록했으며, 이 중 9천 건 이상이 연방 시스템 데이터 유출과 관련됐다. 지난해 11월에는 브라질 인구 절반이 넘는 1억2천만 명의 개인정보를 불법 유통한 조직이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기술 전문가 아르투르 이그레자는 “유출된 이름, 주소, 생년월일 등 개인 정보는 사기범들이 피해자에게 더욱 정교하게 접근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융기관은 고객에게 비밀번호나 인증코드를 절대 요구하지 않는다고 로니 바인조프 브라질 국가 사이버 보안 위원회 위원은 강조했다. 그는 “이미 상당 부분 노출된 개인 정보가 인공지능(AI)과 결합하면 사기가 훨씬 정교해질 수 있다”고 우려하며, 개인 차원의 ‘디지털 위생’ 강화뿐만 아니라 “국가 차원의 사이버 교육 정책, 데이터 보호법 집행 강화, 규제 정비 및 범죄자 단속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