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라 정부 100일 – 1편: 정치와 경제

[좋은아침] “경제 위기의 근본 원인은 정치적인 문제에서 비롯된다. 경제 학자들은 주로 경제적인 문제를 연구하지만, 정치적인 문제들이 어떻게 경제적인 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지 고려해야 한다.” – 케네스 로고프 (Kenneth Rogoff), 하바드 경제학 교수, 전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브라질 역사상 가장 치열했던 2022년 대선에서는 격전 속에 룰라 전 대통령이 1.9%의 근소한 차이로 이긴 뒤, 최초의 3선 대통령으로 복귀하게 된다. 그가 직면한 현 상황은 2002년 처음 대통령으로 선출됐을 때와 비슷한 재정수지의 문제와 저성장의 경제 상황이지만, 그때와 다르게 지금의 세계 경제는 팬데믹 상황으로 인해 공급망 문제와 지원 정책으로 많은 자금이 시장에 풀리면서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있어, 대다수의 선진 국가들은 수축경제를 펼치고 있다. 그리고 새롭게 생겨난 상황은 야당이다. 대선과 함께 치러진 총선거에서 볼소나로의 PL(자유당)은 상·하원 의회에서 제1야당으로 자리 잡았다. 이들은 기존에 룰라가 상대했던 PSDB(사회민주당)와 차원이 다른 자유주의 이념과 과격성을 무장한 정당으로, 새 정부는 의회에서 사사건건 발목이 잡힐 것이며, 여론조사의 흐름에 따라 저항도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지난날 브라질은 이미 혼란스러운 정치환경으로 인해 경제가 무너지는 순간들이 여러 번 있었기 때문에, 새 정부는 경제 성장을 위해 정치환경을 안정시켜 기업들이 투자를 진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를 초반부터 인지한 룰라는 이미 대선 전부터 PT(노동당)가 쌓아놓았던 국가 주도개발주의와 엘리트 조합 정치(MST 무 토지 운동 및 주요 노동조합)의 이미지를 희석하기 위해 상파울루 주지사를 여러 차례 지나온 중도성향의 제라우도 알키민을 부통령으로 내세웠고, 대선 결선투표가 다가서자, 주요 대선후보 중에서도 합리적인 입장을 표방했던 시모니 테베트와 전 정부의 아마존 문제를 안일하게 대처하여 외국인 직접 투자환경을 악화시킨 것을 인식해 마리나 실바 전 환경부 장관과도 통합을 이루어 냈다. 또한 시장에 안정적인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 헤알 플랜에 주요 경제 인사들이었던 빼드로 말란(전 재무부 장관), 에지마르 바샤(전 BNDES 총재), 아르미니우 프라가(전 중앙은행장), 엘레나 란다우(전 BNDES 고위 임원 및 Eletrobras 이사회 의장) 등을 합류시켰다. 이미 이전에도 헤알 플랜에 참여했던 인사들이 룰라를 지지했었지만, 말란, 바샤, 프라가 같은 경우는 처음으로 PT를 지지하게 되어 시장은 3선의 룰라 대통령은 곧 통합의 정치를 표방할 것이라 일부는 기대했다.

새해가 밝았고 대통령 취임 1주 차, 새 정부는 볼소나로 대통령의 지지 세력이 브라질 삼권 광장 습격 사건으로 대란을 겪는다. 총 1,400명의 주동자가 구속되었고, 볼소나로 정부의 마지막 법무부 장관을 지내던 안델손 토헤스는 해당 사건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대처하는데 관망하는 태도를 보였기 때문에 STF(대법원)에 의해 구속되었다. 연방 구의 주지사인 이바녜스 호샤도 90일 직무 정지를 받았다. 이 습격 사건은 4개월이 지난 지금, 룰라 대통령의 경호실장인 곤살베스 지아스가 연루되었다는 CCTV 영상이 공개되면서 새로운 국면이 도래하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은 야당에 치명적인 빌미를 제공하고, 혼란스러운 정치 상황은 계속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현 정부의 경제성적이 나빠지면 지지율이 하락하게 되고, 이들은 언제든지 탄핵 카드를 꺼내기 위한 준비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현 정부가 주요 야당들과 잘 화합하는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해 보인다. 대표적으로는 범죄조직인 PCC가 룰라 전 대통령의 구속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 세르지우 모로를 암살하려고 한 사건이 발생한 후, 룰라는 이 사건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 야당의 공분을 사게 되었다. 이러한 정치적인 자세는 경제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경제 문제에 있어서는 인수위 위원장인 알키민의 주도로 헤알 플랜에 주요 경제 인사들이 합류하며, 시장은 기대에 부풀게 된다. 기존 볼소나로 정부에서 경제부로 통합되었던 재무부와 기획예산부는 분리되었고, 재무부 장관직에는 탁월한 협상 능력과 온화한 성품에 국가 주도개발주의 이념을 무장한 충성스러운 페르난도 하다지가 임명되었다. 그리고 기획예산부는 대선 후보로 막판에 자신을 지지한 시모니 테베트에게 대통령 개인 몫으로 임명되었다. 이로써 룰라 정부의 경제 수장이 정해졌으며, 이제 그 방향에 대한 질문이 제기된다. 먼저, 룰라는 자신의 대통령이었을 때 매우 성공적이었던 정책인 3C를 조금씩 꺼내 들었다. 3C는 크레딧(신용), 컨슈머(소비), 코모디티(원자재)의 약자로 2002년부터 2010년까지 대통령을 지낸 룰라는 시장에 신용을 늘렸고, 많아진 신용과 빈곤층 대상으로의 복지 정책은 시장에 소비를 늘리게 하였다. 다만, 그때와 지금의 차이는 바로 코모디티이다. 국제 시장의 코모디티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지만, 성장의 멈춤이 룰라 정부 2기 종료와 맞물려, 이때부터 정부는 수입처가 분명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국가 지출을 늘려 탄핵까지 이르게 되었다.

또한, 혼란스러운 환경은 중앙은행과도 이어지고 있다. 브라질은 2021년에 중앙은행 독립법을 통과시켜, 중앙은행 총재와 8명의 고위 실장의 임기(4년)가 법적으로 보장된다. 특히, 고위 실장 8명 중 2명씩이 매년 임기가 만료되며, 이를 통해 새 정부도 고위직을 임명할 수 있게 된다. 이들 9명은 통화 정책위원회인 COPOM을 통해 기준금리를 결정하며, 브라질 중앙은행은 2022년 선거가 있는 상황에서도, 대외적인 환경분석에 따라 기준금리를 2021년 말의 7.75%에서 6%로 올려, 2022년에 13.75%으로 마감 했다. 높은 기준금리는 시장에 유동성을 축소하므로, 룰라 정부의 주요 인사들을 포함한 많은 사람이 깜뽀스 네또 중앙은행 총재를 비판하고 있다. PT 당의 대표인 글레이시 호프만 하원의원은 공개적으로 하다지 재무부 장관을 비판하기도 했다. 어쨌든, 중앙은행은 1998년에 도입된 물가목표제를 기반으로 물가가 안정되는 추세이지만, 대외적인 환경을 고려하면 높은 기준금리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재정 프레임워크의 한 축인 재정수지운영과 관련된 재정 책임법(Lei de Responsabilidade Fiscal)과 2016년 재정 상한선 도입으로 시장에 신뢰를 회복했지만, 2022년 연말 현 정부의 주도 아래 상한선을 넘을 수 있는 헌법 개정안이 통과되어, 브라질 재정 부채가 8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는 어떻게 이를 안정적으로 운영할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룰라는 의회에서 의석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지만, 자신이 지지한 상원의장 파셰코와 하원의장 리라가 유임되면서 자신감을 얻었다. 또한, 과거 추진한 프로그램 ‘Mais Médico’의 복귀와 기존의 ‘Bolsa Família’와 ‘Minha casa Minha vida’ 프로그램 이름 변경 등으로 국민의 향수를 자극하고, 지지율도 50%를 유지하면서 현재 경제 문제는 전 정부 때문이라는 레퍼토리가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침체기인 현재 경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정치적인 안정이 가장 중요한데, 지난 100일 동안 그가 보여준 행동은 정반대로, 정치의 혼란은 계속 이어지며 경제는 여전히 불안전해 보인다.

저자: 이재명 (Klavi 오픈뱅킹 핀테크 파트너, OKTA 상파울루 홍보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