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담회에는 브라질한인회와 히오데자네이로 지역 한인회 및 주요 동포단체 관계자와 여러 분야의 한인사회 구성원 약 200명이 참석했다. 행사는 박희란 씨의 사회로 진행됐다.
이 대통령은 화동들에게 꽃다발을 받고 김혜경 여사와 함께 입장했다. 대통령은 남색 정장에 녹색 넥타이 차림이었고, 김 여사는 옅은 연두색 저고리에 노란색 치마의 한복을 입었다. 브라질 국기 색인 녹색과 노란색을 넣은 의상으로, 한인 동포들에 대한 반가움을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1950∼70년대 브라질로 이주해 동포사회의 기반을 닦은 독립유공자 후손과 1세대 농업이민단 출신 동포 4명에게 감사패를 수여했다.
이 대통령은 “브라질 한인사회가 지난 60여 년간 이룬 것은 경제적 성취만이 아니다”라며 “여러분은 누구보다 성실하게 일하면서 한국인에 대한 신뢰를 브라질 사회에 깊숙이 뿌리내리게 했다”고 말했다. 이어 “어제 다섯 번째로 만난 룰라 대통령도 우리 한인사회에 깊은 신뢰와 기대를 표했다”며 “여러분의 하루하루, 모든 것들이 쌓여서 오늘의 자랑스러운 브라질 한인사회가 만들어졌다”고 했다.
대통령은 형식적인 간담회를 지양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대통령과 하는 간담회라고 하면 와서 밥만 먹고 가는 일이 많아 섭섭했을 수 있다”며 “일방적으로 할 말만 하고 몇몇과 이야기하다 자리를 뜨면 ‘밥 먹으러 동원된 사람인가’ 하는 생각이 들 수 있는데, 그렇게 하지 않으려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정상 외교의 효과도 강조했다. 그는 “국가 정상 간 만남은 경제·안보 협력과 민간 교류에 큰 도움이 된다”며 “형식적 방문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 신뢰를 쌓으면 현지 진출 기업과 교민, 수출 기업의 상황이 빠르게 개선된다”고 말했다. 이어 “동포들이 겪는 어려움도 외교 경로를 통해 시정을 요청하면 직접 민원을 내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풀린다”며 “오늘 자유롭게 말씀해 주시면 잘 들어 재외국민 정책과 외교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의 제안에 따라 이어진 자유 발언에서는 다양한 건의가 나왔다. 김요준 김대중재단 남미 본부장은 재외국민의 복수국적 취득을 장려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외국 국적 동포의 국적 회복이 아니라, 한국 국적과 여권을 가진 재외국민이 거주국 국적과 참정권을 함께 취득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 달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독립유공자 후손 한명재 씨는 국외에서도 원활히 진행될 수 있는 특별 귀화 제도의 행정적 개선을 건의했고, 하윤상 오뚜기슈퍼 대표는 한국의 어업 기술과 브라질의 자원을 결합한 수산물 수출 협정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고우석 한인타운발전회장은 한타발이 한인타운 봉헤찌로를 문화 명소로 가꾸려는 노력을 소개하며 문화 사업 지속을 위한 지원을 요청했다. 김준호 한인치과의사협회장은 한인을 대표하는 종합병원이 아직 없다며 동포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의료 네트워크 설립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임연철 사범은 태권도가 민간 외교의 핵심 수단이라며 관련 정부 예산의 확대를 요청했다.
우주 스타트업 이노스페이스의 공주현 브라질 법인장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체결된 우주협력 양해각서(MOU)가 발사 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양국 기관·기업·대학 간 교류를 넓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정부에 감사를 표했다. 이어 “브라질과 세계 시장에서 사업을 확대해 현지 일자리를 늘리고 대한민국 우주기술의 위상을 높이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찬에서는 김정수 민주평통 브라질협의회장이 건배를 제의했다. 이어 마련된 문화 공연에서는 양소이 씨의 가야금 병창과 이성근 성악가의 무대로 ‘바람의 노래’, ’25현 아리랑’ 등이 연주됐다.
이 대통령은 공연이 끝난 뒤 권홍래 한인사회발전후원회장, 스타트업 클라비(KLAVI)의 이재명 최고운영책임자(COO), 홍보미 한인의사협회 부회장 등과 현지 활동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권홍래 후원회장은 “지난 1년간 대통령님께서 참으로 많고 중요한 일을 해내셨다”며 “바쁜 일정 속에서도 동포들을 격려하기 위해 시간을 내어 주신 덕분에 브라질 동포사회의 위상과 자부심이 한층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방문을 계기로 한국과 브라질 사이에 더욱 활발한 교류가 이어지기를 바란다”며 “동포사회가 한 단계 더 발전하고 우리 자녀들이 이곳에서 당당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각별한 관심을 보내 주시면 큰 힘이 되겠다”고 했다.
이재명 COO는 열 살 때 브라질로 이민 온 자신의 이력을 소개하며 “대통령님과 같은 이름”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부모님은 낯선 땅에서 맨몸으로 부딪치며 브라질을 배웠고, 그 위에서 저는 지금 핀테크 분야에서 브라질을 다시 배우고 있다”며 “제 딸의 세대는 K-문화와 인공지능(AI) 위에서 브라질을 새롭게 써 갈 것”이라고 했다. 그는 40년 만의 세제개혁과 재산업화를 앞둔 브라질의 변곡점을 언급하며 “로봇과 AI가 결합된 새 산업의 해답 중 하나가 대한민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차세대 청년과 한국의 기술·창업 생태계를 잇는 지원, 1세대 동포 어르신에 대한 의료·돌봄 지원을 요청하며 “이민 60여 년의 이야기를 이제 우리 세대가 중심이 되어 이어 쓰겠다”고 말했다.
홍보미 부회장은 30여 년간 유치원과 한글학교를 운영한 부모님을 언급하며 “어릴 때 배운 우리말과 글이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정체성과 자긍심의 뿌리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브라질 한인의료봉사단 선임 의사로서 한인회, 한인의사협회, 한인치과의사협회, 한인의대생협회 등과 함께 매월 진료와 상담 봉사를 이어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홍 부회장은 “의사와 치과의사, 의대생 등 20여 명이 힘을 모아 매달 약 30명의 의료 취약계층 환자를 돌본다”며 “상파울루 동포사회에는 서로의 아픔을 보듬는 따뜻한 연대가 살아 있고, 주류 사회에 당당히 기여할 역량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이 자리가 동포사회와 대한민국이 더 깊이 연결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대통령님의 남미 순방에도 큰 성과가 있기를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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