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아침] 브라질 상파울루 도심의 대표적인 마약 중독자 밀집 지역인 ‘크라콜란지아(Cracolândia)’가 최근 돌연 텅 비는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하였다.
18일 브라질 일간지 폴랴 지 상파울루에 따르면, 상파울루 주 정부와 시 당국은 이번 해산이 경찰 작전의 결과가 아니라, 인근 지역 마약 거래 의심 건물에 대한 강제 수용 조치로 인한 ‘자발적 이탈’이라고 밝혔다.
당국은 이번 현상이 타르시지우 지 프레이타스 상파울루 주지사와 히카르두 누네스 상파울루 시장의 공동 도심 재개발 전략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쇠퇴한 도심을 재생하고 마약 유통을 차단해 사용자들을 자발적 치료로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상파울루 주 정부는 현재 도심 재활성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며, 크라콜란지아를 포함한 미뇨껑(Minhocão), 모이뇨(Moinho) 지역 일대에 약 39억 헤알(약 1조1천억 원)을 투입해 새로운 주 행정 본부를 건설할 계획이다. 해당 프로젝트는 사무실 타워, 상업 시설, 공공 광장 등을 조성해 지역 투자를 유치하는 것이 목표다.
마르셀루 브랑쿠 도시개발·주택국장은 “모이뇨 지역 철거 작업이 크라콜란지아의 갑작스러운 해산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며 “상파울루 주 검찰청 조직범죄 단속 그룹의 정보에 따르면, 모이뇨가 크라콜란지아로 유입되는 마약의 주요 공급지”라고 밝혔다.
그러나 마약 사용자들과 인권 단체들은 당국의 설명과 달리 강제적 퇴거가 있었다고 반박했다. 인권운동가 마리아 안젤리카 코미스 코디네이터는 “이번 조치는 과거보다 더 폭력적이었다”며 “남겨진 사용자들이 더 큰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이번 조치가 도심 개발을 위한 ‘불필요한 사람들’을 제거하려는 목적이 짙다고 지적하며 부동산 개발 및 젠트리피케이션(도시 재활성화) 문제를 제기했다.
스위스 취리히 연방 공과대학교 건축학과 교수이자 도시 계획가인 페르난도 툴리우는 취리히의 성공적인 도시 정책을 언급하며 “예방, 위해 감소, 치료 전략과 더불어 고용 창출 및 주택 공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상파울루 또한 유사한 시도를 했으나 정책이 중단된 점을 지적하며, 국제적인 성공 사례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지역 매체에 따르면, 해산 이후 마약 사용자들은 시 전역으로 흩어지고 있다. 봉헤찌로 지역의 상인들은 노숙자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증언했으며, 에스따도대로 인근 광장 등에는 새로운 사용자 집단이 형성되고 있다는 목격담도 전해졌다.
히카르도 멜루 아라우주 상파울루 부시장은 “이번 조치에는 사회적·경제적·의료적 지원이 수반된다”며, “이들과 가족들에게 자발적 입원을 설득하고 있으며, 매일 현장에서 대화 중”이라고 말했다.
로라 뮐러 마샤두 인스퍼 노숙자 연구센터 코디네이터는 “사용자를 분산시키면 치료와 사회 재통합 접근이 쉬워진다”며, 분산된 그룹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 접근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하지만 USP(상파울루대학교) 폭력연구센터 파블로 알마다 연구원은 “마약 중독자 분산은 지역 갈등뿐 아니라 개방형 마약 사용 공간이 새로운 지역으로 확산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범죄조직 PCC는 다른 유통 거점을 쉽게 형성할 수 있어, 사용자 분산은 취약한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상파울루 주 정부의 이번 조치가 장기적으로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현지 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