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아침]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내년 자국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할 경우 국제형사재판소(ICC) 체포영장이 발부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체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룰라 대통령은 10일 인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대통령인 한 그(푸틴 대통령)가 브라질에 온다면 절대 체포될 일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내년 러시아에서 열리는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 등 신흥 경제 5개국) 회의에 참석하고 푸틴 대통령도 내년 브라질에서 열릴 G20 정상회의에 초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브라질은 올해 G20 정상회의가 열린 인도에 이어 내년 G20 의장국을 맡는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전쟁범죄 혐의로 ICC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ICC 회원국은 로마 규정에 따라 푸틴 대통령에 대한 체포 의무를 진다. 브라질 역시 ICC 회원국이라는 점에서 룰라 대통령의 발언은 주목받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8월에도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에 초대됐지만 참석하지 않았다. 남아공 역시 ICC 회원국으로 푸틴 대통령을 체포할 의무가 있지만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당시 “체포는 선전포고다”라며 사실상 체포를 거절했다.
룰라 대통령의 발언은 푸틴 대통령의 전쟁범죄 혐의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조를 약화시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룰라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은 브라질과 러시아의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룰라 대통령의 발언은 브라질의 국제적 위상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ICC는 국제사회의 전쟁범죄에 대한 공조를 위해 설립된 기구다. 브라질이 푸틴 대통령의 체포를 거부할 경우 ICC의 권위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룰라 대통령의 발언은 국내적으로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러시아의 침공을 규탄하고 있다. 룰라 대통령의 발언은 브라질의 대러시아 정책과 배치된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