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아침] 지난 30일 치러진 브라질 대선 결선투표에서 좌파 성향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이 극우 성향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을 누르고 승리했다.
정치적으로 정반대 성향인 두 후보가 대접전을 펼친 끝에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의 지지자들을 승리를 확신했으나, 룰라 후보가 득표율 50.8%로 승리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번 선거로 드러난 분열된 여론은 쉽게 수습되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2003~2010년 두 차례 대통령을 지낸 후 2018년에도 도전하려 했으나, 유죄판결을 받고 투옥돼 출마하지 못했던 룰라 전 대통령은 놀라운 부활을 알렸다.
당시 룰라 전 대통령은 국영 석유 기업인 ‘페트로브라스’와의 계약을 도와주는 대가로 브라질의 어느 건설 기업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를 적용받아 결국 유죄판결을 받았다.
그는 580일 동안 수감됐으나, 결국 선고 무효 판결을 받으며 다시 정치계로 돌아왔다. 룰라 전 대통령은 당선 수락 연설 첫머리에서 “저들은 나를 산 채로 묻으려 했으나, 나는 지금 여기 있다”고 언급했다.
앞서 여론조사에선 룰라 후보의 승리가 예상됐으나, 지난 2일 열린 대선 1차 투표에서 생각보다 상대 후보와의 득표율이 크게 차이 나지 않으면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소위 “기득권층”과 언론이 자신의 지지율을 과소평가했다는 보우소나루 후보의 주장을 믿으며 결선 투표에선 보우소나루 후보가 결국 이길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러나 좌파 성형의 룰라 후보가 최종 승리하면서 보우소나루의 지지자들은 좌절하게 됐다. 이들은 룰라 후보를 “도둑”이라 부르며 유죄판결이 무효로 판명 났다 해도 이는 법적 절차가 적절하지 않았다는 뜻일 뿐, 룰라 후보가 무죄인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한편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은 재선에 실패했으나, 지난 10월 선거에선 우파가 다수인 의회가 구성되면서 룰라 당선자는 집권 이후에도 의회와 갈등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미 2차례나 대통령으로 재임한 경험이 있는 룰라 당선자는 정치적 동맹 결성에 능숙한 인물이다.
일례로 룰라 후보는 이번 대선의 부통령 후보 러닝메이트로 과거 대선에서 경쟁했던 제라우두 아우키민 전 상파울루 주지사를 선택했다.
이렇듯 룰라 후보는 “결속과 통합” 표를 노린 전략을 구성하면서 자신의 좌파 ‘노동자당’에 투표하길 고려하지 않았던 유권자들도 끌어들일 수 있었기에 승리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수락 연설에서도 룰라 후보는 자신에게 투표한 유권자뿐만 아니라 모든 브라질 국민을 위한 국가를 운영할 것이라면서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했다.
“브라질에 평화와 결속이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이제 국민들은 더 이상 (분열돼) 싸우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은 아직 패배를 인정하지 않았다. 과거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브라질의 전자 선거 시스템의 신뢰성을 두고 근거 없는 의문을 제기한 바 있기에 후보의 선거 운동 본부에선 어느 정도 긴장감이 돌았다.
또한 대선 불복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일기도 했다.
그러나 결선을 하루 앞둔 시점에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은 “조금의 의심도 없다. 그게 누구든 표를 많이 얻은 사람이 승리한다. 그게 바로 민주주의”라고 언급했다.
한편 선거 당일인 30일 경찰이 유권자들을 태운 버스가 투표장으로 들어서지 못하게 막는 일이 있었다. 이를 두고 룰라 후보 측은 투표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시도라고 주장했다.
이에 알렉상드르 드 모레스 브라질 선거재판소 소장은 고속도로 경찰들에게 바리케이드를 모두 치우라고 명령했다.
드 모레스 소장은 투표장에 늦게 들어간 유권자들은 있으나, 투표하지 못한 이는 없었다고 밝혔으나, 해당 사건으로 긴장감이 상당히 고조되기도 했다.
결선에서 룰라 후보자의 득표율이 더 높은 것으로 공식 발표된 상황에서 이제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언제 어떤 발언을 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편 브라질 내부적으로뿐만 아니라 국제 사회 또한 이번 브라질 선거에 관심을 기울였다. 특히 해외의 환경 운동가들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또 4년을 집권하게 되면 아마존 열대 우림이 더 파괴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룰라 당선자는 이러한 우려를 의식한 듯 수락 연설에서 “아마존 열대 우림을 보호하기 위한 국제적인 협력에 열려있다”고 밝혔다.
또한 룰라 당선자는 “오늘 우리는 전 세계에 브라질이 돌아왔다고 선언한다. 브라질은 ‘글로벌 왕따’라는 슬픈 역할로 추락하기엔 존재감이 너무 큰 국가”라면서 보우소나루 현 후보를 노린 듯한 발언도 했다.
그러나 연설 대부분은 빈곤 퇴치에 집중됐다. 현재 브라질에선 빈곤율이 급증하며 3300만여 명이 위기를 겪고 있다.
사실 룰라 당선자가 과거 대선에서 2차례나 승리할 수 있었던 원인도 바로 국민 수백만 명을 빈곤층에서 구제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이 휩쓸고 난 이후의 경제 상황이 특히 어렵다는 점과 더불어 우호적이지 않은 의회와 갈등을 빚게 되면서 과거의 성과를 재현하기란 쉽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