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아침] 브라질 대선 결선 투표를 열흘 남짓 앞두고 후보들이 복음주의 개신교를 향한 구애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AP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9일 보도했다. 노동자당(PT) 후보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전 대통령과 자유당(PL) 후보 자이르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은 30일 결선 투표에서 맞붙는다.
룰라 전 대통령은 이날 상파울루의 한 호텔에서 열린 복음주의 개신교 지도자들과의 회동에서 4쪽짜리 공개 서한을 낭독했다. 그는 서한에서 “우리는 신실한 신자들의 마음에 공포를 불러일으킬 목적으로 만들어진 거짓이 횡행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면서 기독교적 가치에 충실하고 교회와의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룰라 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그가 당선될 경우 개신교 교회를 폐쇄할 것이라는 등의 가짜뉴스가 유포되는 상황에 대응하는 동시에 브라질 선거에서 갈수록 영향력이 커지는 복음주의 개신교 세력의 지지를 호소하기 위한 것이다.
룰라 전 대통령은 지난 5월까지만 해도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을 20%포인트 차이로 앞섰으나 지난 2일 대선 1차 투표에서는 5.2%포인트 차이로 그 폭이 좁아졌다. 이날 브라질 최대 여론조사 기관 다타폴랴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격차가 4%포인트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룰라 전 대통령 측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지지 기반이 되고 있는 복음주의 개신교 세력을 소홀히 할 수 없게 됐다. WSJ는 룰라 전 대통령의 노동당은 그동안 보우소나루 대통령 캠프가 종교를 선거에 이용한다고 비판해왔으나 지금은 선거 캠페인에 성경 구절을 적극적으로 인용하고 있다고 변화를 전했다.
브라질 복음주의 개신교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 기반이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2018년 대선에서 복음주의 개신교 신자 70%의 지지를 받아 승리했다. 여론조사 기관 Ipec 조사에 따르면 이번 대선에서도 복음주의 개신교 신자의 60%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집권 후 교회에 세금 혜택을 제공하고 목회자들을 공직에 등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지지에 보답했다.
브라질은 종교시설에서의 선거 캠페인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나 복음주의 개신교 신자들은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해 보우소나루 지지 운동을 하고 있다. 민주주의 감시기구 카자 갈릴레이아가 지난 8월 조사한 바에 따르면, 브라질 복음주의 개신교 목사 최상위 10명의 SNS 팔로워는 총 1억명에 이른다.
보우소나루 대통령 선거 캠프는 열렬한 복음주의 개신교 신자인 영부인 미셸리를 선거 운동의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미셸리는 보우소나루 대통령 집권 기간 대중의 관심을 피해왔지만, 이번에는 남편의 집권 전 대통령궁은 마귀에 들려 있었다고 발언하는 등 복음주의 개신교 표를 끌어오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앞서 대선 1차 투표에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여론조사 업체들의 예측보다 약 10% 포인트 높은 득표율을 기록해 룰라 전 대통령 진영을 바짝 긴장하게 만들었다. 인구통계학자 조제 알베스는 이와 관련해 WSJ에 “여론조사 업체들의 가장 큰 실수 가운데 하나는 복음주의 개신교 신자들의 비중을 과소평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여론조사 업체들은 복음주의 개신교 신자의 비중을 26~27%로 잡았으나 과세 기록 등을 토대로 추산하면 실제 비중은 32%라는 것이다. 브라질은 10년마다 한 번씩 인구 조사를 하고 있는데 코로나19 사태로 2020년 조사를 건너뛴 탓에 현재 정확한 통계가 없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