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아침]브라질 대선 결선 투표가 2주 앞으로 다가온 16일 재선에 도전하는 ‘좌파 대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76) 전 대통령과 연임을 노리는 강경 보수 자이르 보우소나루(67) 대통령은 생중계된 대면 TV토론회에서 격하게 대립했다.
룰라 전 대통령은 2019년부터 이어진 보우소나루 정부 기간 코로나19 방역 실패와 아마존 훼손 등 실책을 지적하며 맹공을 퍼부었고,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이미 대법원에서 혐의를 벗은 부패 스캔들을 파고들었다.
가디언에 따르면 룰라 전 대통령은 이날 상파울루 개최 토론회에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작은 독재자’, ‘가짜뉴스와 어리석음의 왕’이라고 공격한 뒤 “당신의 부주의로 (코로나19 관련) 68만 명이 숨졌다”고 질타했다.
그는 “(당신이 아니었다면) 사망자 절반 이상이 목숨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지금까지 당신처럼 전염병이나 죽음을 가지고 농락한 정부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아마존을 돌보고 원주민 침입과 불법 채굴을 불법화 할 수 있도록 이번 선거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룰라 전 대통령의 두 번의 임기와 뒤에 이어진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 집권기까지 2003년부터 2016년까지 14년간 노동자당(PT) 정권이 몰락을 맞았던 부패 스캔들을 파고 들었다. 2016년 호세프 전 대통령 탄핵과 2018년 룰라의 수뢰 혐의 실형 판결은 2019년 보우소나루 정권이 들어서는 발판이 됐다.
지난해 브라질 대법원은 당시의 판결을 취소, 룰라 전 대통령이 혐의를 벗고 이번 선거에 출마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당신은 국가적 수치”라며 계속해서 룰라 전 대통령을 부패 혐의에 옭아맸다.
아울러 두 정상은 이날 이념 공격도 서슴지 않았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룰라가 미국의 제재를 받는 다니엘 오르테가 니카라과 정권 및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권에 아첨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룰라 전 대통령은 보우소나루가 한때 브라질 민주주의까지 위협했던 칠레의 군부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같은 인물을 찬양한다고 몰아세웠다. 피노체트는 칠레 육군 총사령관 출신으로, 1974년 군부쿠데타를 일으켜 당시 민주적 선거로 집권한 살바도르 아옌데 정부를 전복시키고 1990년까지 집권한 인물이다.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룰라 전 대통령의 이번 대결은 이념 지형이 극명하게 갈리는 전·현직 간 한판승부란 점에서 세계의 주목을 사고 있다.
극우 성향의 자유당(PL) 소속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이탈리아계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 브라질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뒤 군부독재기 승승장구했던 인물이다.
반면, 룰라 전 대통령은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초등학교를 중퇴하고 구두닦이부터 금속공장 노동자를 거쳐 노동자당을 창당한 노조 지도자 출신의 급진좌파 정치인이다.
지난 2일 실시된 1차 투표에선 룰라 전 대통령이 48.4%,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43.2% 각 득표하면서 누구도 과반을 확보하지 못했고, 이에 오는 30일 결선투표에서 마지막으로 맞붙게 된 것이다.
최근 두 후보 모두 남동부 인구 최다 도시인 상파울루와 미나스 제라이스, 리우데자네이루를 오가며 표심 잡기에 여념이 없다. 이들 3개 도시는 브라질 전체 유권자 1억 6400만 명(전체 인구는 약 2억 1500만 명) 중 약 6400만 명을 아우르는 중요 지역이다.
지난 1차 투표 땐 상파울루와 리우데자네이루에서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미나스 제라이스에서는 룰라 전 대통령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번 결선에선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다.
룰라 전 대통령은 지난주 리우데자네이루의 최대 빈민가 알레마우를 방문해 지지를 호소한 바 있다.
이를 두고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룰라 전 대통령이 범죄자 및 마약 밀매자들과 어울리려고 그곳을 찾았다”고 말해 빈민촌 활동가들로부터 분노를 샀다고 가디언은 부연했다. 사회 극빈층을 모두 범죄자나 마약 밀매자로 낙인 찍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