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 붓을 들었을 때를 떠올려 본다. 한 글자, 한 획을 쓰는 일이 단순한 글씨가 아니라 마음을 담는 일이라는 것을 온전히 깨닫기까지 참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특히 낯선 땅 브라질에서 한글을 매개로 한 팝아트를 선보인다는 것은, 때로는 망망대해를 홀로 항해하는 것처럼 외로운 길로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분명히 알게 됐다. 한글은 단순한 문자를 넘어,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형태와 정신의 언어라는 사실을 말이다.
브라질 현지인들이 작품을 보며 “아름답다”고 찬사를 보낼 때, 그들이 글자의 의미를 읽지 못함에도 이미 한글의 유려한 선과 리듬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은 늘 경이롭다. 마치 음악을 듣듯, 글자를 그림처럼 바라보며 감동을 나누는 순간들은 예술가로서 버틸 수 있는 가장 큰 힘이 되었다. 그럴 때마다 한글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스스로 말하는 예술이 될 수 있음을 확신하게 된다.
그래서 이번 열 번째 전시는 단순한 숫자의 누적이 아니다. 그동안 걸어온 길을 가만히 돌아보게 하는 묵직한 이정표와 같다. 작품 하나하나에는 한글의 자음과 모음이 심어져 있고, 그 안에는 자연과 사람, 그리고 시간의 이야기가 켜켜이 녹아 있다. 작가로서 나는 그저 붓을 들고 그 숨겨진 이야기들을 조용히 꺼내 놓았을 뿐이다.
막바지 준비가 한창인 요즘, 마음속에는 소박한 바람 하나가 자리하고 있다. 관람객들이 작품 앞에 잠시 멈춰 서서 ‘이 글자가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구나’ 하는 작은 발견을 경험하는 것이다. 이해하기 전에 먼저 느끼는 것, 그것이야말로 예술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가장 순수하고 직관적인 감동의 순간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 전시가 한글을 모르는 이들에게도 새로운 세상을 바라보는 하나의 창문이 되기를 소망한다. 자연 속의 한글이 글자를 넘어 형태로, 형태를 넘어 마음으로 이어지는 튼튼한 다리가 되었으면 한다. 그 다리를 건너며 누군가는 한국의 정취를 떠올리고, 누군가는 자신의 삶을 반추하며 조용히 미소 지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제 17일까지 남은 나흘의 시간 동안 다시 붓을 정돈하고 작품을 응시하려 한다. 전시는 결국 작가의 손을 떠나 관람객의 눈과 마음속으로 여행을 떠나는 순간 비로소 완성되기 때문이다.
열 번째 전시의 막이 내린 뒤에도 지향점은 명확하다. 한글이 품은 고유의 아름다움이 더 많은 사람의 마음에 작은 씨앗처럼 심어지는 것, 그리고 그 씨앗이 어느 날 새로운 예술의 꽃으로 만개하는 것을 지켜보는 일이다.
오는 17일, 전시장에 걸린 작품들은 더 이상 작가의 소유가 아닐 것이다. 그 순간부터는 오롯이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될 터이다. 그리고 나는 그 풍경을 한 발짝 물러서서 관조하며, 붓 끝에서 피어날 또 다른 한글의 세계를 묵묵히 꿈꾸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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