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장에서 잠시 마주치고 흩어지는 찰나의 감동이 아니길 바랐다. 사람들이 바쁜 걸음을 멈추는 어느 길목, 숨을 고르는 짧은 순간에도 한글의 그윽한 향기가 피어나는 공간. 그런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간절함이 나를 ‘작은 예술 공방’이라는 꿈으로 이끌었다.
지난 시간 동안 나는 교육원과 문화원, 학교와 교회, 때로는 작은 행사장의 무대나 비좁은 강의실을 전전하며 수많은 제자를 만났다. 붓끝이 스칠 때마다 제자들의 손끝이 여물어가고, 그들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지는 순간을 지켜보는 것은 큰 기쁨이었다.
하지만 배움과 성장에는 ‘집’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스승의 기다림과 제자의 성장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자리, 함께 웃으며 묵묵히 먹을 갈고 서로의 하루를 격려할 수 있는 따뜻한 터전이 절실했다.
브라질에서 한글은 여전히 누군가에게는 낯선 첫 만남의 언어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흐릿해진 자신의 뿌리를 확인하는 정체성의 문이다. 그래서 나는 단순한 작업실이 아닌, 한글 문화가 깊게 뿌리 내릴 수 있는 ‘문화의 구심점’을 만들고 싶다. 누구나 들어와 조용히 종이의 질감을 느끼고, 붓이 그려내는 유려한 곡선을 바라보며 한국의 정신과 미감을 체험하는 현장. 이 공방은 한국을 소개하고 이해시키는, 작지만 강한 민간 외교관의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창작의 깊이가 더해질수록 공간의 필요성은 더욱 구체화된다. 평화 통일을 기원하는 대작, 자연을 주제로 한 연작, 주 의회 초대전이나 개인전 같은 굵직한 프로젝트를 준비하다 보면 구상부터 제작, 보관, 연구까지 한 곳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산실(産室)’이 필요해진다. 나에게 공방은 치열한 ‘작업실’이자 소통하는 ‘갤러리’, 그리고 새로운 예술을 모색하는 ‘연구소’가 되어야 한다. 작품이 숨을 쉬고, 시간이 켜켜이 쌓여 새로운 실험이 태어나는 자리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나는 이 공간을 통해 젊은 세대와 현지인들에게 우리 문화를 더 가까이 전하고자 한다. 한글 캘리그라피와 민화, 사군자는 물론 현대적인 팝아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워크숍을 통해 숨은 인재를 발굴하고 싶다. 브라질 한인 청소년들에게는 정체성을 세우는 교육의 장을, 현지인들에게는 한국 문화의 아름다움에 눈뜨게 하는 첫 관문을 열어주고 싶다.
오래전부터 나는 예술이 가진 선한 영향력을 믿어왔다. 장학생 관리 봉사, 지역사회 섬김, 문화 사역 등 이 모든 활동이 단발성으로 그치지 않고 지속되기 위해서는 사람과 마음이 모이는 거점이 필요하다. 예술 공방은 그 출발점이자, 예술과 교육, 그리고 공동체가 하나로 연결되는 플랫폼이 될 것이다.
비록 작은 공간일지라도 그곳에서 피어나는 한글의 향기는 누군가의 고단한 하루를 위로하고, 또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인생의 길을 열어줄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묵묵히, 그 작은 공방의 꿈을 품는다. 그곳에서 한글은 다시 꽃이 되고, 그 향기는 이 땅 브라질의 일상 속으로 천천히, 그러나 깊게 번져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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