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아침] 치의학을 전공했지만, K팝 아티스트 통역과 현지 프로덕션 코디네이터를 넘나들며 한국과 남미 간 문화 교류의 가교 역할을 하는 인물이 있다. 파라과이와 브라질에서 성장기를 보낸 조해나(36) 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현재 조해나 씨는 주 본거지인 상파울루에서 통역과 프로덕션 코디네이터로 활동하면서도, 쿠리치바에서 치과의사 일을 병행하며 두 전문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조해나씨는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어린 시절 남미로 이주해 현지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부모님의 영향으로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잊지 않은 것이 현재 활동의 밑거름이 됐다”고 밝혔다.
그의 주 활동 무대인 브라질은 K팝 열풍이 활발한 곳이다.
국제음반산업협회(IFPI)의 ‘글로벌 음악 보고서 2024(Global Music Report 2024)’에 따르면, 한국은 세계 음악 시장 7위, 브라질은 9위를 기록하는 등 양국 모두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 중요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아시아 경제는 K팝 팬덤 비즈니스 시장이 2024년 약 3조 원 규모로 추산되며 향후 5년 내 10조 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조해나 씨와 같이 현지 문화에 정통한 통역 전문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조해나 씨는 파라과이에서 초등학교 4학년부터 6학년을 다녔고, 이후 브라질의 도우라두스, 플로리아노폴리스, 쿠리치바에서 중·고등학교를 마쳤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스페인어와 포르투갈어를 습득했다. 이후 브라질의 명문으로 꼽히는 파라나 연방 대학교(Universidade Federal do Paraná, 쿠리치바 소재) 치과대학을 졸업한 재원이다
그는 “부모님께서 집에서는 한국어만 사용하도록 엄격히 하셨고, 당시 한인 사회에 한국 드라마와 예능 DVD가 유행해 자연스럽게 한국 문화를 접하며 한국어 실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유창한 한국어 구사 비결을 설명했다.
원래 치과의사의 길을 걷던 조해나 씨는 대학 시절 아르바이트로 시작한 통역 일에 매력을 느껴 전문 분야로 뛰어들었다. 그는 “처음에는 재료비와 용돈을 벌기 위해 시작했지만, 점차 흥미를 느껴 통역과 치과 일을 병행했다”며 “어느새 통역과 현지 프로덕션 기획 코디네이터 일이 주가 됐다”고 말했다. 그의 통번역 경력은 벌써 15년에 이른다.
특히 그는 K팝 아티스트 통역 현장에서 자신만의 철학을 강조했다. 조 씨는 “통역사는 두 문화와 두 집단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하며,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객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단순한 언어 전달을 넘어 말하는 사람의 감정과 뉘앙스까지 정확히 전달하려고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한 K팝 그룹의 브라질 공연 통역 중 멤버의 ‘ 또 다른 나의 집’이라는 발언을 현지 문화에 맞춰 ‘ 두 번째 집’과 같은 관용적 표현으로 옮겨 일부 해외 K-팝 팬 사이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조 씨는 “직역 시 발생할 수 있는 오해를 막고 현지 팬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결정이었다”며 “문화적 차이를 고려한 최선의 선택이었고 후회는 없다”고 소신을 밝혔다.
또한 조 씨는 한국 문화 인플루언서로서 잘못 알려진 정보를 바로잡는 데도 힘써왔다. 그는 “외국인들이 한국을 좋아하지만, 소주 이름의 유래처럼 잘못 알려진 내용이 많아 안타깝다”며 “동포의 시각에서 정확한 한국 문화와 양국의 문화적 차이를 알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조 씨는 “한국과 브라질 양국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현지 팬과 한국 아티스트 모두가 만족하는 공연을 직접 기획하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또한 “동포 2, 3세들이 한국을 경험하고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도 장기적인 꿈”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새로운 도전을 꿈꾸는 이들에게 “끊임없이 배우고 발전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며 “자신이 알고 있는 것보다 더 깊이 파고들어 경쟁력을 갖추고, 그 과정에서 만족감을 느끼길 바란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