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아침] 주브라질한국문화원(원장 김철홍)이 K-사극을 활용해 한국 역사와 문화를 심도 있게 배우는 특별 강좌를 마련, 현지 한류 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K-사극으로 배우는 한국역사 문화강좌’는 지난 5월 8일 개강해 오는 7월 3일까지 8주간 매주 목요일 저녁 7시 30분부터 9시까지 문화원 2층 강의실에서 진행된다.
강좌는 한국학 전문가인 마리아나 세미나티 파체코 강사가 이끈다. 파체코 강사는 현재 상파울루 가톨릭대학교(PUC-SP)에서 커뮤니케이션 및 기호학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이며, 맥켄지 대학교에서 문학 석사 및 광고·홍보학 학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디어 역사학, 대중문화, 아시아 연구,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등 폭넓은 분야를 연구했으며, 2016년 소설 ‘A ROSA E O FLORETE’를 출간하며 브라질 문단에서 신예 작가로 주목받았다.
총 4개 섹션으로 구성된 강좌는 K-사극을 길잡이 삼아 한국사를 탐구한다. 첫 강의에서는 사극 장르 소개와 함께 ‘달이 뜨는 강’, ‘화랑’, ‘선덕여왕’ 등 작품을 통해 고대부터 삼국 시대를 조명했다. 이어 고려 시대(2강, ‘달의 연인’, ‘기황후’), 조선 시대(3강, ‘신입사관 구해령’, ‘연모’)를 거쳐 마지막 4강에서는 ‘미스터 션샤인’, ‘사의 찬미’ 등을 통해 근현대사까지 아우르며 시대별 역사와 문화, 그리고 드라마에 담긴 맥락을 깊이 있게 살펴본다.
지난 15일 본사 취재진이 강좌 현장을 찾았다. 이날 강의는 고려 시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달의 연인’, ‘기황후’)를 다루는 두 번째 시간이었다. 특히나 이날 강사로 나선 마리아나 세미나티 파체코는 수강생들에게 K-드라마와 흔히 잘못 사용되는 ‘도라마(dorama)’라는 용어 사용의 정확성에 대해 강조했다.
그녀는 흔히 한국 드라마를 지칭할 때 ‘도라마’라고 잘못 부르는 경우가 있는데, ‘도라마’는 사실 일본 TV 시리즈를 일컫는 말이며 일본어 발음에서 유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에서 제작된 시리즈는 다른 아시아 국가의 드라마와 구분하기 위해 ‘드라마’ 또는 ‘K-드라마’라고 부르는 것이 정확하며, 이는 한국어 ‘드라마(드-라-마)’의 음절 구분에 따른 자연스러운 발음이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마리아나 세미나티 파체코 강사는 한국 드라마를 지칭할 때는 ‘도라마’가 아닌 ‘K-드라마’로 지칭하는 것이 옳다고 수강생들에게 명확히 했다.
한편, 강의가 끝난 후 수강생 중 한 명인 무릴로 마차도 씨는 인터뷰를 통해 한국 문화에 대한 자신의 깊은 관심과 학업으로의 연결 과정을 밝혔다. 그는 처음 K-팝에 매료되어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으며, 이후 자연스럽게 K-드라마로 그 관심이 확장되었다고 말했다. 현재 그는 이러한 관심을 자신의 학업 및 연구 분야와 적극적으로 연결하여, 광고학을 전공한 후 석사 및 박사 과정에서 K-드라마와 한국 문화를 연구 주제로 삼고 있다.
무릴로 씨는 “최근 드라마가 글로벌 시청층을 겨냥해 세련된 배우 캐스팅이나 화려한 배경 등 보편적 요소를 적극 활용하는 반면, 2015년 이전 초기 K-드라마는 한국 사회의 진솔함을 더 밀도 있게 반영했다”며 변화 양상을 짚었다. 그는 “박사 논문에서 한국 역사를 깊이 연구했는데, 사극 드라마 같은 대중문화 콘텐츠가 대중의 한국사 관심을 유발하는 ‘입문 계기’ 역할을 한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마리아나 세미나티 파체코 강사는 K-사극의 교육적 가치에 대해 “한국사를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 흥미를 유발하고 학습의 좋은 시작점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드라마는 상당 부분 허구적 내용을 포함하므로, 반드시 신뢰할 수 있는 문헌을 통해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깊이 탐구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며 신중론을 폈다. 이번 강좌 역시 드라마를 발판 삼아 실제 역사를 균형 있게 이해하도록 돕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파체코 강사는 브라질 대중이 한국 역사를 배워야 하는 이유에 대해 “K-POP이나 드라마 같은 대중문화를 넘어, 한국이라는 나라의 근간이 되는 역사, 사회, 문화를 깊이 이해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팝 문화의 탄생 배경과 사회적 맥락을 모른 채 피상적으로 소비하는 것을 넘어, 역사적 흐름을 이해하는 노력이 미디어 정보 분별력과 타 문화 존중 태도를 기르는 데 필수적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한국 문화와 역사를 한 단어로 요약해달라는 질문에는 “‘저항의 역사’라고 표현하고 싶다”며, 끊임없이 외부 침략과 도전에 맞서 주체성을 지켜온 강인한 민족의 과정이라고 부연했다.
끝으로 한국사에 관심을 가진 분들께 당부의 말을 전하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관심을 멈추지 말고 더욱 깊이 탐구하고 연구해달라”고 요청하며, 특히 “브라질에는 아직 한국사 관련 자료나 연구가 부족한 상황이기에, 여러분의 노력이 이 분야의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