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아침] 브라질에서 컴퓨터 시스템을 활용한 대량의 자동 발신 전화, 이른바 ‘로보콜'(Robocalls)이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면서 국민들이 극심한 불편을 겪고 있다. 주로 텔레마케팅이나 사기 목적으로 이용되는 이 전화들은 짧은 시간 연결 후 끊어지는 특성을 보이며, 막대한 규모로 발신돼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28일 G1에 따르면 브라질 통신청(Anatel)은 로보콜을 ‘단시간 통화’로 분류하고 있다. 한 달에 브라질에서 이뤄지는 전체 전화 발신량은 약 200억 건에 달하는데, 이 중 절반인 100억 건이 로봇에 의해 자동 발신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현지 매체 ‘판타스치쿠’ 심층 보도에 따르면 로보콜은 통상 실제 사용 중인 전화번호를 가려내기 위한 ‘생존 증명’ 과정에 활용된다. 자동 시스템이 방대한 양의 번호로 전화를 걸어 연결이 성사되면 해당 번호 사용자가 활동 중인 ‘잠재 고객’이라고 판단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개인 정보 불법 유통 문제가 심각하게 드러났다. 로보콜 발송 업체들은 이름, 이메일, 주소, 직업 등 구체적인 개인 정보가 담긴 목록을 불법적으로 입수해 활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 심리학자는 자신의 동의 없이 개인 정보가 로보콜에 사용된 사실에 강한 불쾌감을 표했다.
로보콜은 대부분 존재하지 않는 가상 번호로 발신되기 때문에 수신자가 다시 전화를 걸어도 연결되지 않는다. 로봇을 통해 확보한 ‘활성 번호’ 목록은 콜센터로 전달돼 유효하지 않은 번호에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지 않고 실제 응대 가능성이 있는 고객에게 집중함으로써 텔레마케팅 효율을 극대화하는 데 이용된다.
로보콜 증가는 브라질 국민들의 일상에 심각한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 하루 수십 통의 로보콜에 시달리는 한 사업가는 결국 모르는 번호는 받지 않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지만, 이로 인해 중요한 전화를 놓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실제 한 병원에서는 환자가 로보콜로 오인해 전화를 받지 않았다가 위급한 장기 이식 기회를 놓친 안타까운 사례까지 발생했다. 구직자들 역시 기업의 연락을 로보콜로 착각해 중요한 면접 기회를 잃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로보콜은 일반 전화망 대신 인터넷 기반의 특정 소프트웨어를 통해 발신되는데, 이러한 기술적 특성은 조직 범죄의 사기 수단으로도 악용되고 있다. 범죄 조직은 로보콜을 통해 대출 등을 미끼로 한 사기 메시지를 대량 발송하며, 인공지능으로 생성된 실제와 흡사한 음성을 사용해 피해자들이 의심 없이 속도록 유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로보콜을 통한 사기 시도 시 “네” 또는 “아니오”와 같은 긍정적/부정적 답변을 유도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불필요한 언급을 삼가고 즉시 전화를 끊은 후 해당 번호를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더욱 교묘한 문제는 로보콜 시스템이 발신 번호의 지역번호(DDD)를 조작하는 기능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상파울루에서 걸려온 전화가 히우그란지두술 지역번호로 표시되도록 속이는 식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지역번호 조작은 명백한 불법 행위로, 전자 사기 및 통신 관련 법규 위반에 해당하며 최대 8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가짜 번호가 무작위로 생성되기에 단순히 수신 번호를 차단하는 것만으로는 로보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포르투 알레그리 소비자 보호원은 이러한 불법 행위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에 착수했으며, 로보콜 발신 시스템을 제공하는 업체 또한 범죄 방조 혐의로 민사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로보콜 관련 행위가 신분 위조, 전자 사기, 통신법 위반, 범죄 조직 결성, 나아가 자금 세탁 등 광범위한 범죄와 연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브라질 통신 규제 당국인 아나텔은 악성 로보콜 근절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아나텔 관계자는 2022년 6월부터 올해 3월까지 통신망에서 순환하는 악성 통화량을 총 2,220억 건 감소시키는 성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또한, 현재 ‘출처 확인’이라는 새로운 시스템 도입을 추진 중이며, 휴대폰 착신 시 발신 기업명, 로고와 함께 전화 건 목적이 표시되도록 하여 소비자들이 스팸이나 사기 전화와 정상적인 통화를 구분하고 안심하고 전화를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