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아침] 브라질 쿠리치바에서의 하루는 아직도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잔잔한 물결처럼 남아 있다. 지난 4월 4일, 파라나 주 의회의 초대로 낯선 땅을 밟았다.
예상치 못한 순간, 전시의 기회가 찾아왔다. 쿠리치바 한인회의 따뜻한 제안이 시작이었지만, 그보다 먼저 제 마음을 움직인 건 관계자의 한마디였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한글 작가님의 작품을 이곳에 전시해보는 건 어떨까요?”
그 말은 제 안에 잠자던 설렘을 깨우고, 동시에 ‘책임감’이라는 묵직한 무게를 안겨주었다. ‘반드시 잘 해내야 한다’는 다짐과 함께, 작은 떨림도 느껴졌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제 안 깊숙이 자리했던 한글에 대한 뜨거운 열정이 다시 한번 강렬하게 타올랐다.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기꺼이 달려갔던 지난날처럼, 이번 쿠리치바 여정은 제게 따뜻한 위로와 새로운 희망의 불씨를 지펴주었다.
오는 6월 23일부터 7월 7일까지, 파라나 주 쿠리치바 주의회 전시장에서 열릴 전시를 준비하며 문득 생각한다. 이 머나먼 이국땅에 ‘대한민국’과 ‘한글’이라는 이름을 어떻게 아름답게 새길 수 있을까. 단순한 작품 나열을 넘어, 한글 고유의 아름다움과 그 안에 담긴 깊은 의미를 어떻게 감동으로 전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제 여정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작품 선정부터 전시 공간 구성, 섬세한 운송 준비, 그리고 개막식 날의 동선, 음향, 작은 공연, 한국의 아름다움을 보여줄 한복까지… 모든 과정이 마치 한 편의 이야기처럼 이어지고 있다. 그 이야기 속에는 이름 모를 많은 이들의 따뜻한 마음과 진심 어린 도움의 손길이 녹아 있었고, 그 덕분에 가슴 벅찬 감동의 울림이 서서히 완성되어가고 있음을 느낀다.
이 전시의 진정한 목적은 어쩌면 하나일지도 모른다. “브라질 시민들의 마음에 한글의 아름다움이 작은 씨앗처럼 심어질 수 있을까?” 언어와 문화는 다르지만, 한글의 섬세한 곡선과 독창적인 조형미가 마치 아름다운 음악처럼, 부드러운 바람처럼 그들의 마음에 스며들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단 한 사람이라도 제 작품을 통해 ‘한국’이라는 두 글자를 따뜻하고 긍정적인 이미지로 기억하게 된다면, 그 어떤 찬사보다 값진 보람일 것이다.
전시가 다가올수록, 제 마음은 기대와 설렘으로 가득 찬다. 과연 쿠리치바의 사람들은 붓으로 그려낸 한글 작품들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내가 담아낸 감정과 이야기가 언어의 장벽을 넘어 그들의 마음 깊숙이 전달될 수 있을까? 이 수많은 궁금증과 떨림은 오늘도 제게 새로운 영감을 불어넣어 준다.
누군가의 깊은 마음속에 ‘한글’이라는 존재가 조용히, 그러나 따뜻하게 머물러주기를 바라며. 오늘도,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날들도, 저는 설레는 마음으로 전시 준비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쿠리치바에 불어올 아름다운 한글의 숨결을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