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아침] 브라질 상파울루에는 다양한 음식을 한곳에서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있다. 그중에서도 2015년에 문을 연 Eataly São Paulo는 이탈리아 음식을 대표하는 명소로 자리 잡았다. 이곳은 5개의 레스토랑과 이탈리아에서 직접 수입한 식품들로 가득 차 있어, 단순한 식당을 넘어 하나의 문화 공간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높은 환율과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적 타격을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문을 닫게 되었다.
처음 Eataly를 방문했을 때 받은 충격은 상당했다. 브라질에서 이탈리아 문화는 매우 친숙하지만, ‘이탈리아’라는 브랜드의 힘 덕분에 프리미엄 가격을 받으며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경제 위기가 닥치자 결국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가격이 치솟았고, 운영난을 이겨내지 못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보며, 자연스럽게 한식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과연 한식도 Eataly처럼 하나의 문화 브랜드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한곳에서 모든 한식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든다면, 그것이 한식의 발전에 도움이 될까?
하지만 현실적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무엇보다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고, 함께할 업체들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누군가 먼저 해서 성공하면 나도 해보겠다”는 식으로 접근하고 있어, 공동의 목표를 위해 힘을 모으기가 쉽지 않다.
한편, 최근 한식을 기반으로 한 사업이 한인의 손을 떠나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예를 들면, 브라질 기업이 한국식 핫도그 체인을 런칭하고, 불고기나 김치 등을 활용한 음식들을 판매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음식들이 원래 한식의 맛과는 다르게 변형되고 있다는 점이다.
마늘과 고춧가루 사용이 줄어든 것은 물론이고, 전체적으로 자극적인 맛을 피하면서도 ‘한식’이라는 브랜드를 유지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한식이 점점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다. 매운 닭강정에 고춧가루와 고추장을 전혀 넣지 않고도 ‘매운맛’이라 부른다면, 그것은 과연 한식일까?
오늘도 브라질에서 프랜차이즈 사업을 운영하는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며, 점점 한인의 손을 떠나고 있는 한식의 흐름에 대해 고민했다. 물론, 정통의 맛을 고집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식 고유의 정체성이 희석되는 것에 대한 우려는 분명히 존재한다.
한식의 미래는 누구의 손에 달려 있을까? 그저 바라만 보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문화적 자산이다. 앞으로 한식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그리고 이를 지켜나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더욱 깊이 고민해볼 시점이다.
프랑스 파리에 약 350개의 한식 식당이 있지만, 그중 한국인이 직접 운영하는 곳은 15% 정도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브라질에는 수많은 일식 식당이 있지만, 일본인이 운영하는 곳은 극히 일부에 불과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브라질 봉헤찌로에 있는 한인 식당들은 과연 ‘진짜 한국의 맛’ 을 제대로 구현하고 있을까요? 몇십 곳이 넘는 한인 식당 중, 한국에서 한식조리사 자격증을 취득했거나 그에 해당하는 교육을 약식이라도 받은 분이 계실까요? 혹은 브라질에서 조리학과 과정을 이수한 분들이 운영하는 곳이 있기나 할까요?
이러한 문제 제기의 취지는 충분히 이해합니다만, 이런 논의가 결국 ‘깨시민 퍼포먼스’에 그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듭니다. 마치 클린스만 국대감독 시절의 ‘해줘요 축구’처럼, 비판은 있으나 현실적인 대안이나 해결책이 빠진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