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아침] 브라질 여당과 야당은 패션을 통해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며 ‘모자 전쟁’을 벌였다. 양측은 동일한 정치 마케팅 전략을 사용해 모자를 통해 각자의 입장을 강조하며 국회 개원식에서 이 논란이 정점을 찍었다.
3일(월) 열린 브라질 국회 개원식에서 여야 의원들은 각자의 정치적 입장을 담은 문구가 새겨진 모자를 착용하고 본회의장에 등장했다. 이날 야당은 ‘음식 가격을 다시 낮추자. 보우소나루 2026’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초록색과 노란색 모자를 착용한 반면, 여당은 ‘브라질은 브라질 국민을 위한 나라’라는 문구가 적힌 파란색 모자를 착용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전문가들은 정치에서 패션이 메시지를 전달하는 도구로 자주 활용된다고 분석했다. 미술사 이론 박사 마르코 안토니오 비에이라는 “옷과 액세서리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효과적인 전략이며, 한마디 슬로건이나 특정한 상징으로 쉽게 요약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모자 열풍이 과거 선거운동에서 사용된 티셔츠나 90년대 페르난도 콜로르 전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던 ‘카라 핀타다’ 운동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이미지 정치 전문가 데니자 구르젤은 “우파와 좌파 모두 대기업의 브랜드 관리 전략을 정치에 접목하고 있다”며 “정당과 정치인들은 유권자들에게 충성심과 팬덤을 조성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모자 전쟁’은 국회 내 여야 간의 합의 분위기가 형성된 시점에서 불거졌으며, ‘우리는 같지 않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평가다. 정치 마케팅 전문가들은 이 같은 움직임이 의도적으로 양극화를 지속하려는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패션을 활용한 정치적 메시지 전달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상징적인 ‘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빨간 모자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따르시시우 상파울루 주지사, 니콜라스 페헤이라 하원의원, 빠블로 마르샬 전 상파울루 시장 후보 등 보수 성향 정치인들은 트럼프의 모자를 착용하며 정치적 메시지를 전한 바 있다.
룰라 대통령 또한 패션을 정치적 도구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정부의 교육 지원 정책을 홍보하는 문구가 새겨진 양말을 신은 모습이 공개됐으며, 노동자 복장을 하거나 전통 의상을 입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유권자와 소통하고 있다.
패션 심리 및 소비자 행동 전문가 페르난도 데마르치는 “정치 지도자들이 특정한 옷차림을 통해 대중과 감성적으로 소통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강조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색상, 문구, 디자인 하나하나가 정치적 소속감을 강화하고, 국민들의 기억 속에 남을 수 있는 강력한 도구로 작용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모자 논란이 커지자 시로 고메스 전 대선후보는 ‘일이나 해라, 게으름뱅이들’이라는 문구가 적힌 노란색 모자를 합성한 사진을 SNS에 올리며 논란을 풍자하기도 했다.
이번 ‘모자 전쟁’은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패션이 얼마나 강력한 도구인지를 다시 한번 증명하며, 브라질 정치계의 양극화 현상을 부각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