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은 룰라 대통령의 3기 집권기에서 가장 중요한 해로 평가된다. 2024년 경제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브라질은 내부적으로 심화된 재정 적자와 외부적으로는 복잡한 국제 관계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와 정책적 노력, 그리고 핵심 코모디티 시장의 변동성 대응이 브라질 경제의 향방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다.
중앙은행과의 긴장 고조, 국영 기업의 만성적인 적자 문제, 급등하는 환율 등 여러 요인이 브라질 경제에 복잡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룰라 정부는 재정 건전성 확보와 동시에 경제 성장 동력을 확충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
본 칼럼은 브라질 경제 전문가의 심층 분석을 바탕으로 룰라 정부가 직면한 현실적인 문제점과 향후 정치적 구도 변화 가능성을 다각적으로 살펴본다. <편집자 주>
-2025년 룰라 정부 전망
2022년 치열했던 대선에서 1.8% 차이로 당선되었을 때, 누구도 룰라 정부 3기의 방향을 예측할 수 없었다. 룰라는 자신의 전통적인 지지세력을 넘어서, 많은 지식인들과 오랫동안 그와 반대에 있던 경제인들의 지지를 받아 중도 성향 유권자들까지 흡수하는 데 성공했다. 2023년, 임기가 시작되자 브라질의 최대 리테일러인 Americanas가 회계부정으로 인한 부도사태가 발생하면서 시장은 침울했지만, 정부는 꿋꿋이 선거 결과에 보답하듯 구조적 개혁을 내놓았다. 지난 2년간 룰라 대통령의 발언을 돌아보면, “2023년에 심은 씨앗들이 2024년부터 결실을 맺을 것”이라며 21번이나 이를 반복했지만, 2024년 브라질 경제는 최악의 성적으로 결과는 참담했다.
룰라는 다시금 2025년에 진정한 결실의 해가 될 것이라고 자부하는데, 이는 브라질 대통령제에서 임기 3년 차는 매우 중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4년 차에 치러지는 대선에서는 의회가 선거 일정으로 인해 개혁과 관련된 법안을 진행 하지 않는 관례가 있기 때문에, 만약 올해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면, 룰라와 PT당은 정권 유지에 실패할 수 있다.
-성장 동력? 산업과 코모디티
2024년 코모디티 지수는 전체적으로 유지되었지만, 환율이 10~15% 상승한 것을 고려하면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대표적인 무역 파트너인 중국으로의 곡물 수출이 86억 달러 감소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농업은 브라질 금융에서 가장 큰 혜택을 보는 산업 중 하나로, 전체 대출 시장에서 농업으로 가는 저렴한 대출 비율은 50%에 달한다. 하지만, 기준금리가 계속해 높은 수준이 유지 된다면 코모디티 산업에 유동성을 얼마나 보장할 수 있을지에 대한 큰 도전이 있다. 한편으로는 코모디티 수출은 환율 영향을 받아 늘어날 가능성이 있지만, 이는 국민들의 소득 분배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시장에는 미미한 영향만 미칠 것이다.
산업 관련해서는, 지난 2년 동안 부통령이자 산업개발부 장관인 제라우도 알키민이 매우 활발히 움직였다. 상파울루 주지사 출신인 그는 브라질 산업에 대한 투자를 촉진시키기 위해 노력했으며, 2030년까지 자동차 산업에 총 950억 헤알의 투자가 진행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가운데 상파울루 주에 데이터 인프라를 보유한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도 약 200억 헤알을 직간접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이러한 산업 투자는 단기적으로 큰 효과를 보지 않을 수 있지만, 많은 기업들이 조세 개혁을 염두에 두고, 브라질이 향후 10~15년 내에 생산 기지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지고 투자를 집행했다.
-외교: 대미는 도전, 대중은 양호
트럼프 2.0 시대는 강한 보호주의가 주를 이룰 것으로 예상되지만, 룰라와 그의 외교 정책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을 목표로 하는 점에서 일관성을 보인다. 트럼프의 중동 정책은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그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브라질은 이를 기회로 삼을 수 있다. 미국의 무역 보호로 달러 강세가 지속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실용적인 룰라는 굳히 미중 갈등에 휘말릴 필요가 없다고 판단할것이다. 미국은 브라질의 두 번째로 큰 무역 파트너지만, 미국 쉽게 브라질의 주요 수출 품목을 대체할 수 있기 때문에, 룰라는 섣부른 결정을 하지 않을 것이다.
룰라가 정부에 복귀하자마자 가장 큰 신경을 쓴 경제 블록은 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였다. 지난 정부에서 철저히 외면되었던 브릭스를 룰라는 중국과의 연계를 강화하며 새판 짜기를 시도했다. 브릭스는 이제 사우디아라비아, UAE, 아르헨티나, 이란, 이집트, 에티오피아 6개국을 추가하면서 확대됐다. 물론 브릭스가 경제 공동체로 운영되거나, 브라질 무역이 완전히 개방될 가능성은 낮지만, 전체적으로 중국과 협력적인 분위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미중 갈등이 심화될 경우, 중국에게는 브라질이 중요한 곡물 공급처가 될 것이다.
-룰라 정부의 패착: 재정준칙, 중앙은행, 국영기업
룰라 정부는 기존의 재정준칙인 지출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새로운 재정준칙을 발표하고 통과시켰다. 사회복지 예산과 관련해 이미 양 세력(볼소나로)은 합의하여 지출 한도를 상향 조정하는 헌법 개정안(PEC de Transição)을 통해 1,450억 헤알을 추가 확보하여 경기를 부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방만한 재정 운영의 결과는 혹독하게 돌아왔다. 2024년 기초 재정(9월까지)은 1,051억 헤알의 적자로 기록 – 전년 대비 7.4% 증가 – 함으로 정부가 의회에서 승인받은 예산안을 40% 초과한 것이다. 환율이 악화되면서 정부는 급히 재정 개혁안을 발표했고, 그중에는 최저임금 인상 제한과 기초 지원금 조건 강화 등의 사회복지 정책을 제한하는 내용도 포함되었다. 결국, 경기 활성화를 위한 부양책을 펼치면서 룰라 정부는 스스로 사회복지 지출을 줄여야 하는 딜레마에 빠졌다. 브라질에서 환율 상승은 곧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므로, 서민들의 삶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기준금리가 두 자릿수로 오랫동안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높은 기준금리는 시장에 투자 위축을 초래하는데 이를 극복하고자 발표한 새 재정 준칙은 대외 신뢰 면에선 완전히 실패한 셈이다. 특히, 지난 2년 동안 룰라 대통령은 전 정권에서 임명된 중앙은행장 깜뽀스 네또에게 공공연하게 높은 기준금리를 갖고 여러차례 공격을 가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독립성이 보장된, 중앙은행의 통화위원들은 단 한 번도 정부의 의도대로 금리를 낮추지 않고 오히려 계속해서 금리를 올렸다. 판데믹 이후 브라질의 총부채율이 80%까지 상승한 이후 큰 개선을 보이지 않았고, 최근 발표된 국영기업들의 실적도 대다수가 적자를 기록하며 정부 신뢰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중앙은행에 따르면, 페트로브라스, 브라질은행, 까이샤 국영은행을 제외한 국영기업들의 적자는 11월까지 91억 헤알에 달했다. 동 기간 기업들의 적자는 32억 헤알에 불과했으므로, 적자 규모는 3배로 늘어난 셈이다.
-결론: 내부의 적인 재정적자
최근 뇌출혈 수술을 겪었던 룰라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후계자를 미리 선정했다. 상파울루 시장 출신으로 PT 당의 대선 후보를 지낸 하다지 재무부 장관이 그 주인공이다. 룰라 대통령이 82세에 대선을 치르는 것은 부담이 크다. 원래의 시나리오는 자기 정부에서 좋은 경제 성과를 거두어 하다지 장관을 자연스럽게 대선 후보 플랜B로 만드는 것인데, 수십 년 간의 과제인 조세 개혁을 완료했음에도, 최근 헤알 하락과 재정 수지 문제로 재무부는 국민들의 신뢰를 잃은 상황이라, PT는 룰라가 아니면 안되는 상황에 초래하였다.
여기에, 브라질 대통령제는 사실상 수명을 다했다고 볼 수 있다. 권력은 의회에 분산되었고, 정부의 결정은 의회를 통해 사법부의 강한 개입을 받는다. 결국 룰라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다. 6헤알을 넘은 환율은 물가 상승률로 이어질 것이고, 정부는 재정적자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지만, 제 살 깎기보다는 5천 헤알까지 받는 근로자 대상 근로소득세 면제 정책을 통해 경기 부양과 지지층 유지를 노리고 있다. 정부는 이 카드를 통해 약 3천만 명의 국민들에게 혜택을 주겠다고 예상하고 있어, 또 다시 국가재정을 악화하는 방향을 선택할것으로 보인다.
글=이재명 <벌거벗은 브라질 경제사 저자> 현 klavi 핀테크 C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