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라 정부 100일 – 3편: 앞으로의 전망

[좋은아침] “정치적인 결정은 경제적 결과에 직결될 수 있으며, 이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 도박은 경제학적 분석을 통해 결정되어야 한다.” – 로버트 솔로우 (Robert Solow), 노벨 경제학 수상 (1987), MIT 경제학 명예교수

룰라 정부의 100일은 대선 과정에서 자신의 진영을 충족시키기 위한 구호적인 발언의 연속성이었다. 투쟁적인 야당과 소통보다는 한 순간에 배신할 수 있는 중간 지대에 있는 정당들과 연합을 꿰찼고, 주요 민영화 중단과 더불어 지난 지우마 정부의 과오였던 정부 주도 경제성장론을 재현하고 있다. 여기에 자기 새 부인이자 영부인인 잔자(Janja)는 브라질 국민들이 중국의 Shein, Aliexpress, Shopee에서 직수입 세금 면제(50불까지)에 대해 공개적인 의견을 내며 사사건건 경제문제에 관여한다고 하여 Janjanomics(전자 경제 정책)라고 붙여졌다. 지금도 SNS에서 매우 활발한 활동을 하는 잔자 영부인은 앞으로도 경제와 관련해서도 적극적인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현재 룰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경제 개혁들은 단기간에 효과를 낼 수 있는 정책들이 있지만, 제도적인 개혁도 함께 추진되고 있어, 올해 안에는 크게 변화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브라질이 경제성장을 위해선 다시 한번 1차 산업에 의존해야 하며, 이는 내부의 노력보다는 외부 환경에 따라 좌지우지될 것으로 분석된다. 아직은 성적에 대해 말하기는 이르지만, 실업률(8.4%)은 조금씩 오르고 있으며, 소비자 신뢰지수는 계속 하락세에 있다. 물가는 전 세계와 비교하면 양호하지만, 국민들이 실감하기에는 아직도 높은 수준(6%)이며, 특히 시내와 외곽에서 집행되는 물건들의 가격 차이는 국민들이 명확히 느끼고 있다. (상파울루 중심지 Jardins에서 점심 식사는 대략 40헤알, 상파울루 외곽에서 점심 식사는 대략 20헤알).

정부 내부적으로는 주요 부처 장관들이 선제적인 조치를 통해 브라질을 성장 궤도로 이끄는 개혁을 추진하고 있으며, 외부적으로는 대통령인 룰라의 활동이 눈에 띈다. 우선, 브릭스 국가 간의 무역에서 자국 통화를 사용하는 협의를 추진했다는 점에서 그 실현 가능성을 떠나 매우 창의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이미 올해 초에 아르헨티나와 동일한 방식을 추진한 것에 비해 중국은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자기 영향력을 넓히고 있는 상황에서 브라질이 먼저 손을 내민 것은 매우 우호적이다. 브라질은 여전히 외교적으로는 그 어느 국가와 동등한 위치에서 협상 테이블에 임하겠다는 모습을 보여줘, 이념에 치우쳐진 것이 아닌 주권을 회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과거 볼소나로 정부는 보수주의에 갇혀 자신들은 보수 또는 자유주의를 신봉하는 정부가 아니라면 소극적으로 대처할 것이라고 했기 때문에 이번 추진이 주목받는 것이다. 여기에 룰라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문제에 있어서 양측을 비판하면서, 전임 정부와 마찬가지로 러시아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무역과 관련해서는 그 어느 국가도 놓치지 않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인다. 브라질은 대러 무역 관계에서 비록 적자이지만, 여러 국가가 전쟁으로 무역을 중단했음에도 불구하고, 2022년에는 전년도에 비해 36% 증가하였다. 특히, 중국은 브라질의 최대 무역 국가로서 이미 수입이 600억 달러, 수출이 894억 달러로 미국의 두 배 수준에 이르게 되었다.

한편으로는, 룰라는 브라질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평가받던 낙하산 인사 방지법인 국영기업 법을 대법원인 STF를 통해 무력화하고, 2022년 PT 대선 정책위원장을 맡았던 알로이시오 메르까당찌를 BNDES(브라질경제사회개발은행) 총재로 임명했다. BNDES는 과거 정부에서 저 이자로 주요 기업들 대상으로 지원했지만, 효과는 처참했고, 더불어 회계 부정까지 드러나 지우마 전 대통령 탄핵까지 이르게 했다. 이렇게 무리를 쓰면서 메르까당찌를 BNDES 총재에게 임명한 것은, BNDES가 다시 기업에 전략적인 투자를 통해 경제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모습과 동일하다. 이는 지난 볼소나로 정부에서 취한 전략인 중소기업 대상으로 투자했던 것과 비례한다. 

다른 한 관점은 정부의 무력화로 이어지는 이전 정부들의 점진적인 개혁들에 대한 것이다. 대표적인 예시로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로, 노동 개혁법으로 2017년에 폐지된 노조 의무비용이 있다. 노조 의무비용 폐지는 노조들을 약화 시켰지만, 노동자가 의무적으로 노조에 지급 해야 할 비용의 법적 근거를 제거 함으로, 노동자들에게 환영을 받았지만, 현 정부에서는 이 비용을 STF대법원을 통해 부활시키고 있다. 브라질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노조를 보유한 국가 중 하나이며 약 16,000개의 노조가 있는데, 이는 주요 국가들과 비교하여 20에서 30배나 많다. 둘째로, 상하수도 법령(Marco Legal Saneamento)이다. 작년에 통과된 상하수도 법령은 민간기업이 수도 서비스 분야에 투자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전 법령은 민간기업의 투자가 어렵게 만들어, 공기업에만 투자가 이루어지는 문제가 있었지만, 새로운 법령은 민간기업도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이에 룰라 정부는 이전에는 민관 합작 비율이 25% 이상이어야 하는 규정을 삭제하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민영화에 대한 것이다. 이전에는 민영화가 진보정권의 악의 축으로 묘사되었지만, 브라질은 성공적인 민영화 사례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5개의 기업으로 분할된 통신사업, 광산업체인 Vale, 비행기 제조업체인 Embraer 등이 있다. 그러나 룰라 정부는 우체국 등 6개 국영기업의 민영화 및 민간 합작투자(PPP – Programa de Parceria de Investimento) 계획 중 3개 프로젝트를 철회하였다.

2002년 대통령에게 취임하여 코모디티 붐을 타던 시기와 비교하면, 현재의 룰라 정부가 직면한 대외적인 환경은 브라질에 우호적이지 않다는 것은 분명하다. 조세 개혁과 같은 근본적인 개혁은 매우 긍정적인 신호이지만, 혼란스러운 정치환경 유지와 소비자 금융지원 정책만으로는 경제를 성장 궤도에 올릴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변화한 환경을 소개하자면, 20년 전과 달리 브라질 서민들의 삶은 크게 달라졌다는 것이다. 2013년에는 서민들의 삶이 힘든 점들이 곳곳에서 드러났으나, 부패와 월드컵 개최로 인해 이들은 정신이 없었다. 그러나 코모디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중산층(C 클래스)은 거리에 나와 무료 통행료와 부패 척결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의 에너지는 지우마 대통령의 탄핵을 끌어냈다. 이들은 지금 대학생 또는 사회 구성원이 되어 사업체를 운영하고, 브라질의 비효율성을 몸소 체감하며 일부는 CLT(노동 통합법)에 등록되어 노동자의 현실을 체감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중산층이 룰라의 영부인이 개인 간 해외 거래에서 50달러 이하 구매일 경우 세금 면제 폐지 발언에 강하게 반발한 것은, 이들이 먹고사는 일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결국 룰라 정부가 경제를 어떻게 발전시키는가에 따라 이들의 미래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 환경 측면에서는 이전 룰라 정부와 비교해 더욱 큰 노력이 필요하지만, 현재까지의 모습은 정적인 분위기를 자극하는 불필요한 발언들로 가득했다. 앞으로 룰라 정부는 시간과의 경쟁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부터 4개월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내년부터 경기 회복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PT는 2024년 지방선거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며, 2026년 대선에서도 불확실한 모습을 보일 것이다. 그러나 경제가 성장한다면, 81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룰라 정부가 4기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