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아침] 2014년도 브라질 월드컵은 많은 환호와 비판 속에서 개최되었다. 합리적인 비판을 하는 그룹 층에서는 월드컵같이 막대한 재정이 지출되는 국제 행사보단 교육을 중심으로 하는 사회 전반에 투자해야 한다는 게 주요 비판이었고, 찬성을 하는 사람들의 입장은 어차피 경제가 워낙 좋으니 월드컵은 그리고 2년 뒤에 개최될 올림픽은 브라질에 새로운 도약의 기회라고 했었다. 그렇지만 브라질이 월드컵을 개최하기 위해 직접 투자한 비용이 얼마인지 아는가? 대략 10억달러라고 한다. 당시 브라질 GDP가 2조4천억달러 (2022년도 현재 1조4천억달러) 수준이 있으니 대략 0.4% 수준이다. 그런데, 그런 브라질이 새로운 수도를 건설하기 위해 GDP의 10%를 사용했다면, 과연 모두가 용납을 할 수 있었을까?
물론, 당시의 경제 규모와 지금을 비교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국가 총생산력을 의미하는 GDP의 10%의 재정 규모를 단일프로젝트인 수도 건설에 사용한다는 것은, 분명한 명분도 있어야 하지만, 투자가 가져오는 결과가 지속적이지 못한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것은 분명 국가 경제에 큰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쉽게 말해, 국가의 미래 먹거리를 위해서 특정 분야에 투자를 집중한다면 어느 정도 일리가 있을 수 있겠지만, 단순히 수도를 건설하게 사용하며 그 여파에 대한 후속 장치들이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면, 후세대로부터 마땅한 비난을 받아야 한다.
인플레이션
인플레이션은 무엇인가? 인플레이션은 물가상승을 의미하며 물가상승 원인에 따라 명칭이 조금 달라진다. 계산하는 방법은 소비자물가지수 (Consumer Product Index) 기준으로 일반적으로 생활하기 위해 소비를 하는 제품들의 가격이 올라간다면 그 상승률이 물가에 바로 반영된다. 예를 든다면 매일 밥상에 오르는 쌀, 콩, 우유, 고기들이 있을 수 있다.
인플레이션의 종류는 대표적으로 두 가지로 나눠진다. 첫 번째는 수요견인인플레이션이라고 해서, 수요가 증대되면서 거래되는 물건 값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이는 경제성장으로 인해 소비자의 구매력이 늘어나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보면 된다. 두 번째는 비용인상인플레이션이라고 해서 원자재 등의 비용상승으로 총공급이 감소하면서 물건값들이 오르는 것이다, 최근 코비드와 러시아전쟁으로 원자재들이 점차 상승하여 기름값이 올라간 것을 예로 들면 모두가 다 이해할 것이라 생각한다.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원인은 다양하다. 대표적인 자유주의 경제학자인 밀턴 프리드먼은 “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서나 화폐적인 현상” 라고 하면서 국가의 마구잡이 화폐 발행을 경계했다. 화폐 발행은 소비자의 구매력이 느는것처럼 보이지만, 이것은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시초가 될 수 있고 또 국가의 재정의 근간은 흔들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브라질 같은 경우는 70년대 이후로 오랜 기간 인플레이션 문제를 겪은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가 바로 화폐 발행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브라질 내부에선 인플레이션 상승에 대해 경제가 성장하기 때문에 수요가 늘어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그룹과 인플레이션을 지극히 경계하는 정통파들로 오랫동안 나뉘어있었다. 그렇지만 경제가 성장해도 모두의 주머니에 공평하게 성장하는 것이 아니니, 인플레이션이 경제성장을 유발하기 때문에 유지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시간이 지나 허무맹랑한 주장에 그쳤다. 이에 대해 브라질 중앙은행장을 지낸 PUC-RJ 경제학 교수 구스타보 프랑코는 “인플레이션은 가난한 이들에 세금이다”라고 주장을 했으니, 인플레이션에 대한 정의는 이것이 가장 맞을 것이라 생각된다.
인플레이션의 아버지: JK 대통령
그렇다면 1960년대 브라질은 어떠했는가? JK가 대통령으로 취임한 이후 브라질의 GDP는 매년 5% 이상 성장했다. 그렇지만 인플레이션은 그가 취임한 해인 1956년 26%였고 퇴임하는 시기인 1961년은 43%였다.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외채이다. JK이전의 외채수준은 항상 10억달러 수준이었는데, JK가 취임하여 국가개발계획을 가동하자 27억달러 그리고 그가 퇴임하는 시점은 1961년은 32억달러였다.
결국 브라질 정부의 재정수지는 매년 적자였고, 재정부는 이를 메우기 위해 국채 발행을 포함해 어마한 화폐를 발행하였다. 비록 투자는 많이 늘어났지만 신생산업은 많은 브라질인의 지갑을 채우기엔 제한적이었고, 브라질리아부터 시작되어 고속도로 그리고 다양한 인프라 사업은 브라질 정부 주도로 진행이 되어, 그 모든 빚은 후세대들이 짊어지게 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그렇다면 후세대를 위한 투자가 지속되었는가를 질문한다면, 그렇지도 않다. 1940년대 후반에서 50년대까지 10%대였던 교육 예산은 60년대에 들어서 7%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보아 당시 정부의 관심은 단기적인 성과에 집중했다고 볼 수 있다.
모든 문제의 근원 정치
JK의 대통령 임기 내에는 의회와 화합적인 관계를 가졌다고 한다. JK는 정쟁보다는 국가의 미래를 위해 국가개발계획의 지지 요청했고, 산업화를 대변하던 기득권이나 노동계 역시 모두 그를 지지하는 추세였다. 또한, JK는 직접적인 대립을 피했고, UDN (당시 야당이자 극보수주의자)와 가까웠던 군인들에게도 매우 호의적인 대우를 했었다. 특히 자신이 대통령으로 안전하게 취임을 보장했었던 Lott 장군을 전쟁 부 장관으로 임명하여 군을 통제하였고, 당시 야당 지도자로 바르가스와 대립을 펼쳤던 Lacerda 의원의 언론 발언 금지라는 나름 과격하지만, 대의를 위해 필요한 제지도 했었다.
그렇지만 이듬해에 열린 대통령 선거에선 JK의 지지받던 군인 출신 Lott가 UDN의 지원받아 출마를 한 PTN(국가노동당)의 Jânio Quadros 전 상파울루 주지사에게 패배하면서, 국가 주도 개발의 정부가 막을 내리고 보수 정부의 탄생을 알리던 시기였다. 다만, 당시는 정 부통령제였음으로 부통령으로는 보수가 아닌 진보 정치인이자 JK의 러닝메이트 였던 조앙 굴라트 (일명 장고) 전 노동부 장관이 또 다시 부통령으로 당선이 된 것이었다. 장고는 변호사 출신으로 노동계에 명망이 있는 인물이었고, 바르가스 정부 때 노동부 장관으로 당시 산업화 세력과 대립했었던 이력이 있었다. 그렇게 보수 대통령과 진보 부통령의 불편한 동거가 시작되고 있었다.
자니오 정부는 JK의 유산은 뒤로한 채 경제와 관련해서 큰 활동 없이 미스 경연대회에 비키니, 닭싸움, 포커, 파티에서 사용하던 Lança Perfume (일종의 약 종류) 금지와 같이 사회에 질서에나 신경을 썼었다. 이때 중남미 역사에 한 획을 그은 큰 사건이 일어나는데, 바로 쿠바의 혁명이다. 1959년 쿠바의 혁명은 곧 중남미에서의 공산주의 시작으로 냉전 시기였던 상황인 만큼 이는 미국에는 매우 민감한 사건이었다. 따라서, 미국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진보를 위한 동맹”을 출범하여 브라질을 포함한 중남미 22개국 국가들에 대한 적극적인 원조로 공산주의 확산을 맞겠다는 정책을 펼쳤다.
그렇지만, 보수주의자로 알려져 있던 자니오 대통령이 갑자기 쿠바 혁명의 리더 중 한명인 체 게바라에게 브라질에서 두 번째로 제일 높은 훈장인 Grã-Cruz를 수여하게 되며, 그해 5월에는 소련과 수교를 재개할 것이라 발표해, 미국은 브라질을 주시하기 시작했으며, 군인들과 여당이었던 UDN마저 자니오를 조금씩 압박하기 시작한다.
자니오는 감정을 컨트롤을 못했던 정치인으로 많은 이들에게 기억이 된다. 그가 미국과 대립적인 자세를 취하자 많은 정치인은 하야를 요구하기 시작했고, 그는 극적으로 요구를 받아들여 의회에 대통령직 사임을 제출한다. 후에 인터뷰를 통해 밝혀졌지만, 자니오는 사임서는 원래 국민들 내각의 지지를 받기 위해 취한 행동이었는데, 아무도 지지를 않자 본의 아니게 하야하게 되었다고 소회를 밝힌다.
자니오가 하야를 하게 되자, 모든 시선은 대통령직 승계 1위인 부통령 조엉 굴라트(장고)에게 간다. 하지만, 장고가 누구인가? 많은 이들에게 공산주의자라고 불림을 받던 노동계의 대부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장고는 당시 중국에 공식 순방 중에 있었다. 자니오 대통령의 사임한 시기에 부통령인 장고가 부재하자, 대통령직은 하원의장이었던 Ranieri Mazzilli가 임시로 맡게 되지만, 실제 행정부 역할은 군사부 장관, 공군 부 장관, 해군부 장관으로 구성된 군 집행부가 맡게 되며, 이들은 부통령이자 곧 대통령으로 취임할 장고가 브라질 복귀할 시 즉시 체포할 것과 대통령직 탄핵을 의회에 요구한다.
저자: 이재명 (Klavi 오픈뱅킹 핀테크 파트너, OKTA 상파울루 홍보 위원장)